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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말, 출퇴근길에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 2월 말, 회사 안에서 쓰기 시작했다. 4월 중순, 투표할 때도 썼다. 4월 말, 하루 신규 확진자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조만간 마스크를 벗을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었다. 연휴가 시작됐다. 수도권의 클럽, 탁구장, 종교 소모임, 노인요양시설, 방문판매업체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번졌다. 특히 고령층 환자가 늘었다. 감염 경로가 분명하지 않은 사례도 많아졌다. 감염 추이가 현 상태로 이어질 경우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7월 초 800여명까지 급증할 것이라는 보고서(국립암센터 기모란 교수·최선화 연구원)도 나왔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 놓인 걸까. 지난 11~13일 방역 전문가 3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감염내과 전문의 ㄱ씨.
- 수도권 확산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수도권 대유행 가능성’을 언급했다. 평소의 신중한 화법에 비춰보면 절박한 경고로 봐야 한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50명대를 유지한다 해도 한 달이면 1500명이다. 코로나19 환자는 평균 한 달 정도 입원한다. 인천은 병상이 거의 다 찼다. 경기도 조금 남은 정도이고….”
- 3~4월의 강력한 ‘사회적(물리적) 거리 두기’로 돌아가야 할까.
“국민에게 강력한 신호를 다시 줘야 할 때다. 최근 2주(5월29일~6월14일)간 수도권에서 시행된 ‘강화된 방역조치’는 실패했다. 만약 (하루 신규) 환자 수가 100명을 넘게 되면 사회적 거리 두기로 갈 수밖에 없다. 계획된 상태에서, 준비하고 들어가는 게 낫다.”
예방의학 전문가 ㄴ씨.
- 정부 대책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나.
“4월 말 환자 수가 줄어들자 경제가 어렵다며 생활방역으로 전환했다. 시민들은 ‘이젠 좀 풀어져도 되겠구나’ 받아들였다. 연휴까지 겹쳤다. 유흥시설이 문을 열고 굉장히 많은 접촉이 이뤄졌다. 신천지 사태 때는 (교인) 리스트라도 있었지만, 클럽 사태에선 처음으로 ‘트레이싱(tracing·접촉자 추적관리)’이 힘든 경우가 발생했다.”
- 수도권 방역은 일단 기존 조치를 연장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더 강화해야 한다. 위험한 곳은 다 문 닫으라 하고 보상해주는 게 가장 바람직하겠으나, 현실적으론 어렵다. 업종별로 위험도 등급을 매기고 있는데 시설·직종·행동별로 세밀하게 해서 효율성을 높이는 부분이 시급하다. 예컨대 학원은 중위험 시설로 분류되지만, 학원 강사는 접촉자가 얼마나 많은가. 공공기관 자체는 위험도가 높지 않다 해도, 민원업무를 맡은 공무원은 다르다.”
역학 전문가 ㄷ씨.
- 최근 가장 염려되는 부분은.
“수도권의 재생산지수(확진자 1명이 몇 명을 전염시키는지 보여주는 지수)가 1을 넘어 2 가까이까지 나온다. 만약 2라고 하면 한 달만 지나도 환자가 수천명까지 늘 수 있다. 더 우려되는 건 고령 환자 비중의 증가다.”
- 어떤 대책이 시급한가.
“대구의 경우처럼 병상이 없어 집에서 사망하는 ‘시스템 페일리어(system failure)’를 방지하는 게 급선무다. 중환자실에 코로나19 환자가 들어오면 일반 환자를 돌볼 때보다 3배의 의료인력이 필요하다. 병상이 10개 있다 해도 인력이 10명이면 코로나19 환자는 3명밖에 못 본다. 최근 선별진료소에서 보건소 직원이 탈진해 쓰러졌는데, 경고음이 울린 거다. 보건의료 뉴딜을 통해 현장 방역인력을 대폭 충원할 필요가 있다.”
정은경 본부장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전파되고 있다. 계속 이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면 대규모 유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8일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은 수도권 지역에서 자제하고 각종 모임이나 회의는 비대면, 온라인으로 전환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들에게 부탁한다. 웬만한 행사는 온라인으로 대체해달라. 공개 행사에서 참석자 간 거리를 2m 이상 지켜달라. 발언할 때도 마스크를 벗지 말아달라. 발음이 뭉개져도 괜찮다. 당신들에겐 ‘뉴 노멀’을 보여줄 책무가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경청하라. 이를 바탕으로 솔직하고 명확하게 시민과 커뮤니케이션하라. 현실을 인정한다고 ‘K방역’이 지금까지 거둔 성과가 수포로 돌아가지 않는다.
동료 시민들에게도 부탁한다. 마스크를 제대로 씁시다. 그리고 헷갈릴 땐 정은경 본부장 말을 들읍시다.
<김민아 토요판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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