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군자는 “자신보다 못한 이를 벗 삼으면 안 된다”. 공자의 말이다. 나보다 나은 이와 벗이 된다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성싶다. 고개가 제법 주억거려진다.

다만 문제가 있다. 내가 나보다 나은 이와 벗 삼게 되면 그는 자기보다 못한 나와 벗 삼은 셈이 되어 공자의 말을 어기게 된다. 결국 공자의 말을 따르는 한, 서로가 그 누구와도 벗 삼지 못하게 된다. 공자가 모든 교우관계의 해체를 도모했을 리 만무함에도 말이다.

물론 이는 전후 맥락을 잘라내어 사고실험을 한 결과일 따름이다. 공자는 ‘누구나’가 아니라 ‘군자’에 한정하여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군자는 ‘훌륭한 인격자’를 뜻하지 않는다. ‘군(君)’은 군주와 귀족 등의 통치계층을 가리키고 ‘자(子)’는 그 계층에 속하는 남자를 의미한다. 곧 군자는 국가 통치를 담당하는 이들, 요새로 치자면 공직자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공직을 맡게 되면 전에는 가지지 못했던 힘을 지니게 된다. ‘공권력’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힘만 말함이 아니다. 자신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쏠쏠한 정보도 쉬이 접하게 된다. 이 점을 다른 이들이 모를 리 없다. 그들은 갖은 감언이설을 앞세우며, 때로는 약점을 들추어내며 공직에 걸쳐 있는 힘과 정보를 공유하자고 달려든다. 그런 이들 가운데 벗이 있다면? 공자의 말은 적어도 공무를 맡아 처리하는 동안에는 그러한 힘든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라는 권유다.

또한 공직자는 교우관계도 냉철하게 처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요구다. 공직자의 길은 그만큼 힘들고 고독할 수 있다는 통찰이다. 하여 그에 대한 보상은 확실하고 쏠쏠해야 했다. 맹자는 “관직은 세습하지 못하도록 하되 봉록은 세습한다”는 제나라 환공의 원칙을 긍정했다. 아버지가 받던 월급을 자손에게도 지급한다는 정책이다. 은퇴 후에도 가족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보장해줌으로써 현직에서의 공명정대한 공무 처리를 유도했음이다.

이는 지금의 공무원연금 정도에 해당하는 복지정책이다. 다만 당시 현직의 처우가 좋았는지는 의문이다. 반면 오늘날은 현직에 대한 처우도 썩 괜찮다. 그럼에도 공직자 비리 관련 뉴스가 이어진다. 그들이 자기보다 못한 이를 벗 삼아서 그랬음은 분명 아닐 터인데 말이다.

김월회 |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