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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광화문 월대(月臺)

opinionX 2021. 4. 28. 09:49

광화문과 해치상/경향신문 자료사진

왕이 거처하던 궁궐은 왕조시대에 가장 중요한 건축물이다. 조선시대에는 경복궁이다. 궁궐 다음으로 중요한 건축물은? 종묘와 사직단이다. 역사 드라마·영화에서 “종묘사직을 보존하소서!” 할 때의 그 종묘·사직이다. 종묘는 역대 왕·왕후의 신주를 모셔 왕조의 정통성을 상징한다. 사직단은 땅의 신 ‘사’와 곡식의 신 ‘직’에게 풍년을 기원하며 제사를 올리던 신성한 공간이다.

궁궐과 종묘의 여러 건물 중에서도 더 핵심적인 건물이 있다. 궁궐에선 임금이 정사를 보는 정전(政殿)이다. 경복궁의 근정전, 창덕궁의 인정전 등이다. 종묘에선 정전(正殿)이다. 이 핵심 건물들 앞에는 주변 건물과 차별화되는 특별한 시설물이 설치됐다. 월대(月臺)다. 주변보다 높게 단을 쌓아 올린 평평한 공간으로, ‘달을 바라보는 대’(월견대·月見臺)라는 말에서 유래됐다. 월대는 건물의 중요성을 드러내는 상징적 시설물이자 각종 행사가 벌어지던 기능적 공간이다.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에도 월대가 있었다. 세종 대에 만든 광화문 월대는 여느 월대들과 다른 상징성이 있다. 왕권의 영역인 궁궐과 신하·백성들의 영역을 구별하는 경계이자 왕과 백성이 만나는 접점, 소통의 공간이다. 그러나 광화문 월대는 임진왜란 때 훼손됐다 경복궁 중건 때 재건됐으나 일제강점기에 다시 사라졌다. 2011년 일부 복원공사로 현재는 월대 흉내를 낸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7일 광화문 월대 복원을 핵심으로 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에 반대해온 오 시장은 “숙고 끝에 (고 박원순 시장이 시작한) 현재 안을 보완·발전시켜 오히려 완성도를 높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가운 결정이다. 논란과 갈등을 부를 사업 재검토를 철회해서다. 무엇보다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이전 사업을 없애는 청산주의라는 고질병을 끊고, 행정의 연속성을 존중한 결단이다.

광화문은 연간 600만여명이 찾는 경복궁의 얼굴이고, 그 광화문의 얼굴은 월대다. 광화문 월대 복원은 묻혀진 역사성을 되살려내는 일이다. 전통과 현대, 역사와 현실이 만나는 작업이기도 하다. 월대는 시민의 광장이 되어야 할 광화문광장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도재기 논설위원


 

오피니언 여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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