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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의 ‘검·언 유착 의혹’ 수사를 둘러싼 윤석열 검찰총장의 석연치 않은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혐의를 입증한 단서를 확보하고 채널A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검사장은 피의자로 소환하려 했으나 대검이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같은 증거를 놓고 수사팀은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하고, 대검은 안 된다고 했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윤 총장은 초기부터 대검 감찰부가 진상조사에 착수하자 이를 제지하고 인권부에 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의혹에 연루된 현직 검사장은 윤 총장의 최측근이다. 이후 시민단체가 관계자들을 고발하며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맡게 됐다. 그런데 수사팀이 영장 청구를 건의하자 이번엔 대검 부장회의를 통한 집단 토론 방식으로 ‘수사자문단’에 물어보기로 했다. 언제 검찰이 영장 청구를 놓고 이처럼 번잡한 절차를 거친 적이 있었던가.
대검은 이 사건을 자문단에 회부하면서 ‘대검 부장회의를 통해 결정됐다’고 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부장회의에선 결론을 못 내고 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고 한다. 결국 자문단 회부도 윤 총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이 수사의 관건은 채널A 기자가 실제로 검사장과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협잡을 했는지 밝히는 것이다. 수사팀이 그 물증을 확보했다면, 영장을 청구해서 법원의 1차 판단을 받아보면 될 일이다. 그런데 한두 번도 아니고, 고비 때마다 왜 이렇게 수사의 발목을 잡는 조치를 연발하는 것인가.
2014년 광주지검 세월호 수사팀은 침몰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하고도 승객 구조에 나서지 않았던 해경 123정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했다. 황교안 법무장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체제하의 대검 부장회의에선 ‘영장 청구 불가’ 의견을 내놓았다. 정장을 처벌하면 초동 대응과 구조에 실패한 정부의 책임이 부각될 것을 우려한 결과였다. 영장 청구 의견을 냈던 일선 수사지휘부는 좌천됐다. 이후 불구속 기소된 해경 정장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이번 대검의 결정은 그때의 세월호 수사 방해 장면을 연상케 한다.
수사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에서도 의심 살 만한 대목이 없어야 한다. 윤 총장은 과거 “나는 사람이 아닌 조직에 충성한다”고 했다. 그가 충성해야 할 건 사람도 조직도 아닌,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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