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해제 여부를 놓고 논란이 분분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 대해 미래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을 갖고 주택공급 물량 확대 방안에 대해 협의, 이같이 결정했다. 정부 내에서 이 문제를 놓고 혼선이 벌어진 지 닷새 만에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그린벨트에 손대는 대신 다양한 국공립 시설 부지를 최대한 발굴·확보하기로 한 것이다. 늦게나마 그린벨트를 지키기로 정리해 다행스럽다.
하지만 지난 며칠간 부동산 정책을 놓고 정부·여당이 혼선과 잡음을 낸 과정은 유감스럽다. 7·10 부동산 대책 발표 시 “그린벨트 해제는 검토하지 않겠다”고 했던 홍남기 부총리가 닷새 후인 15일 “필요하면 그린벨트 해제를 포함해 공급확대 방안을 논의한다”고 한 것은 서막에 지나지 않았다. 같은 날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하더니, 지난 19일에는 정세균 총리가 이틀 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을 뒤집었다. 그 와중에 부동산 문제의 주무부처도 아닌 추미애 법무부 장관까지 논란에 뛰어들었고, 잠재적인 대선 주자들까지 한마디씩 의견을 밝히며 가세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와 정치인들이 현안에 대해 소신을 밝히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치열하게 토론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게 맞다. 그러나 업무와 무관한 장관이, 그것도 정식 논의의 장이 아닌 SNS를 통해 던지는 말이 정부의 정책 수행에 도움이 될 리 없다. 더구나 그것이 정부의 정책 결정에 방해가 될 정도라면 곤란하다. 더욱 문제인 것은 정책 결정의 핵심라인인 주무부처 장관과 청와대, 총리실이 각기 다른 신호를 낸 것이다. 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이 “당정 간 의견을 정리했다”고 했는데 이틀 만에 그 방침이 뒤집히면 시장과 시민들은 도대체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가. 부동산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실종됐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이 성공한 데는 질병관리본부가 컨트롤타워로 기능한 덕분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을 중심으로 질본이 방역 정책을 주도하고 이것이 신뢰감을 주면서 시민들의 협력을 이끌어냈다. 부동산 대책에서는 이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문제의 민감성을 감안한다면 지금이라도 부동산 정책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복원시켜야 한다. 청와대 정책실이 중심을 잡고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논란이 진화되는 상황은 비정상이다.
'정치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박원순 성추행 의혹 진상규명 (0) | 2020.07.21 |
---|---|
[사설]청와대·국회 다 세종시로 옮기자는 여당, 개헌론 불지피나 (0) | 2020.07.21 |
[아침을 열며]의전을 내려놓자 (0) | 2020.07.20 |
[사설]주한미군 감축론 꺼내든 미 국방부, 진짜 의도 뭔가 (0) | 2020.07.20 |
[사설]채널A 기자 구속, ‘검·언 유착’ 진상규명 박차 가해야 (0) | 2020.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