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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국회와 청와대, 모든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주장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인구 과밀과 부동산 문제 해결,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청와대 이전은 헌법을 바꿔야 가능하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행정수도 이전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날 김 원내대표의 제안은 사실상 개헌론을 제기한 셈이 된다.
김 원내대표의 행정수도 제안 명분은 수도권과 지방 간 불균형 해소이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대한민국 인구의 50.2%가 수도권에 살고 있다. 좁은 지역에 사람들이 몰리니 집값이 오르지 않을 수 없다. 수도권이 과밀과 집값 상승으로 비명을 지르는 사이 지방의 공동화는 심화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수도권도 지방도 다 죽는다.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검토할 필요가 있다. ‘개헌=권력구조’ 등식을 탈피해 시민의 삶과 밀접한 부동산을 실마리 삼아 개헌 공감대를 넓히려는 뜻도 수긍되는 면이 있다. 여권의 약한 고리인 부동산 이슈를 행정수도 이슈로 돌파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하지만 부동산은 부동산이고, 개헌은 개헌이다. 개헌 논의가 담는 범위는 권력구조부터 사회권·자유권 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설혹 행정수도 이전을 위해 원포인트 개헌을 한다 해도 개헌이 의제가 되는 순간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기 쉽다. 개헌은 부동산 문제의 종속변수가 될 수 없고, 별도의 논의 과정이 필요한 독립된 이슈라는 뜻이다.
여권 주요 인사가 개헌론을 제기한 건 처음이 아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제헌절인 지난 17일 개헌이 불가피하다며 “내년까지가 개헌의 적기”라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헌법정신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시작할 때”라며 개헌론에 가세했다. 정작 여당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이날 거대 여당 원내대표가 21대 국회 개원 후 첫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앞세워 개헌론을 우회적으로 제기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 후 개헌 논의를 위한 분위기 조성으로 보이는데, 이런 식으로 돌려서 말할 일은 아니다. 개헌 논의를 하려거든 제대로 해야 한다. 집권여당이라면 개헌을 언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책임 있게 밝히는 것이 옳은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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