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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매출 1조원이 넘는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인 대웅제약이 병원·약국의 환자 처방 통계 데이터를 몰래 빼낸 사실이 내부고발을 통해 밝혀졌다. 영업사원들을 시켜 거래처 병원·약국이 보관 중인 처방·투약 관련 자료를 불법 열람하거나 수집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영업사원들이 보험 청구 등을 도와주겠다면서 거래처 컴퓨터 앞에 앉아 필요 정보를 사진찍거나 다운받았다고 한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명백한 도둑질이다. 처방 통계에는 환자 신상이 포함될 수 있기에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우려된다. 설령 익명 정보라 해도 훔치는 건 불법이다. 증언들에 따르면 이런 식의 도둑질이 수년간 이어졌다고 한다.
민감한 처방 통계 자료를 빼돌린 것만도 큰 문제인데, 대웅제약은 통계 빼내기 관련 교육을 회사 차원에서 실시하고 실적에 반영하는 식으로 불법 행위를 강제한 사실도 확인됐다. 심각한 양심불량이자 부도덕한 행태다. 내부고발자가 공개한 2018년 3월 교육자료를 보면 “통계 확보? 도둑질…” “안 걸리는 루트로 리스크 최소화”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엄연한 도둑질이라는 점을 익히 알면서도 노하우를 전수한 것이다. 회사 측이 통계 수집을 지시하고 자료 확보 여부에 따라 인사평가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때문에 영업사원들은 고통에 시달렸다고 한다.
수집된 통계는 영업 자료로 쓰였다. 경쟁사 제품이 얼마나 처방됐는지 알면 자사 영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불법 행위로, 그것도 영업사원들을 교육해가면서까지 자료를 빼내는 건 용납될 수 없다. 기업이 자기 이익을 위해 사원들에게 불법 행위를 강요한 것이다. 그런데 대웅제약은 “지금은 통계를 수집하지 않는다. 과거 수집 여부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과오를 뉘우치기는커녕 발뺌을 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그러자 통계 수집이 지난해에도 있었고, 단체 채팅방을 통해 보고·공유됐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회사 측이 e메일을 지우고, 채팅방을 나가라고 지시하며 입막음에 나서고 있다고도 한다.
보건복지부는 18일 이번 사안에 대해 수사 의뢰를 검토하기로 했다. 수사당국은 대웅제약의 통계 수집 과정에서 불법 행위나 부당한 지시가 있었는지 낱낱이 밝히고 책임을 엄하게 추궁해야 할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상세히 살펴야 한다. 그 전에 대웅제약은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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