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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보기는 조리 중인 음식의 맛을 미리 보는 행위다. 아주 살짝 떠서, 혀에 닿을락 말락 하게 맛을 음미하려면 예민한 미각은 필수다. 일상생활에서도 간보기는 어떤 일에 뛰어들기 전 여러 가능성을 따져보는 행위 등을 가리킨다. 대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짜거나, 떫으면 뱉어버리는 것처럼 찔러보다 안 되면 그만둔다는 것이다. 돌다리도 두드려가며 건너는 것을 넘어, 돌다리를 부서질 때까지 두드리다가 결국 다리를 못 건넌다고나 할까
특히 정적에 대한 희화화, 부정적 프레임 덧씌우기가 난무하는 여의도 정치권에서 간보기는 두루 쓰인다. 정치권에 뛰어들지 여부를 고민하는 장외 인사들, 매사 우유부단한 기성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말로 활용됐다. 대중의 지지를 먹고 사는 정치인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저울질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만, 눈치보는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지거나, 반복되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장외 인사는 정치권에 진입할 준비가 덜 됐다는 인상을 줬고, 기성 정치인은 결단력과 실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2007년 대선 당시 출마를 저울질하다 포기한 고건 전 총리를 두고 이 말이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간철수’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은 것도 마찬가지다. 정치 입문 직후 여론과 정치 상황을 따지며 눈치를 본다고 조롱한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두고 ‘간보기 정치’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지난 9일 우당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기자들에게 “좀 지켜봐달라”고 했다. 첫 공개 행보로 큰 관심을 불렀으나 대선 출마 여부나 야당 입당 가능성 등을 묻는 질문에 직답을 피했다.
윤 전 총장은 그동안 일부 정치인과 지인 등을 선택적으로 만났다. 그리고 이들이 전한 확인이 불명확한 윤 전 총장의 메시지와 향후 행보에 대한 전망이 무성해 궁금증이 일었다. 그런데도 윤 전 총장은 침묵했다.
정치에 입문하기로 했으면 이제는 나서서 능력을 검증받아야 한다. 지나친 간보기는 ‘정치인 윤석열’의 미각이 별로라는 신호로 비칠 수 있다. 더구나 지금처럼 답답한 시대에 시민은 ‘사이다 정치인’을 좋아하지 않을까.
오피니언 | 여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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