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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대규모 쓰레기 매립은 1978년 한강변의 난지도에서 시작됐다. 악취가 진동하고 넝마주이들이 몰린 이 벌판은 소설·영화의 무대로 등장했다. 난지도가 ‘쓰레기산’으로 꽉 들어차자 1992년 김포·인천 일대에 2075만㎡(627만평)의 수도권매립지가 조성됐다. 서울과 인천·경기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단일 매립지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긴 산통 끝에 등장한 매립지는 개장 때 반짝 조명된 후 곧 잊혔다.
당초 이 쓰레기장의 매립 종료 시점은 2016년이었다. 그러나 난방 방식 변화로 연탄재가 격감하고 쓰레기종량제 실시 후 하루에 밀려들어오는 쓰레기양도 줄면서 1차 위기를 넘겼다. 관할 지자체인 인천시는 폐기물 처리 고비를 넘기면서 금전적 지원을 받았고, 매립지 수명은 2025년까지 10년간 연장됐다. 또다시 쓰레기 문제는 잊혔다.
이 문제는 지난해 10월 박남춘 인천시장이 ‘쓰레기 독립’을 선언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인천시는 2025년 이후엔 서울·경기 지역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고 못 박고, 인천만의 단독 매립지 추진 계획을 밝혔다. 지역 쓰레기는 지역에서 해결한다는 발생지 처리 원칙을 세우자고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환경부가 부랴부랴 대체부지 공모 절차에 착수했으나 지난 14일 마감 결과는 처참했다. 특별지원금 2500억원이 무색하게 지자체 한 곳도 응모하지 않았다. 악취와 침출수, 해충 발생 문제를 딛고 서려면 웬만한 청사진으론 어림도 없을 난제가 된 것이다.
이젠 현실을 자각할 시간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쓰레기는 지난해에도 299만t이 또 쌓였다. 남은 부지는 현 매립지의 4분의 1 크기인 499만㎡뿐이다. 시간이 없다. 눈앞에 골칫거리가 보여야 사람들의 고민도 달라진다. 매일 체중을 측정해야 관심을 더 갖게 되는 다이어트 수칙과 동일한 이치다. ‘대안이 없다’는 치킨게임은 더 이상 안 통한다. 새 매립지를 찾을 때까지 광역지자체마다 소각·재활용 대책부터 강구하고, 근본적으로는 무섭게 늘고 있는 쓰레기부터 줄여야 한다. 이젠 쓰레기 처리 비용도 시장원칙에 따라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치우자.’ 유치원에서 배우는 기본부터 돌아볼 때가 됐다.
송현숙 논설위원 song@kyunghyang.com
오피니언 여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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