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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여적

[여적]배달 빈대떡

opinionX 2021. 8. 30. 09:37

서울 광장시장 먹거리 골목의 한 가게 앞에 빈대떡이 높게 쌓여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비 오는 날이면 ‘빈대떡에 막걸리 한잔’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양철 지붕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기름에 전 부칠 때 나는 소리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라는 그럴듯한 분석이 전해진다. 실제로 두 소리를 비교해보니 파장이 비슷하다는 음향전문가의 실험결과도 나와 있으니 과학적 근거가 없지는 않다. 풍미의 영향이라는 해석도 있다. 비가 올 때는 저기압이 강해지고 공기 전파가 적어 음식 향이 진해져 식욕을 돋운다는 것이다. 업계 통계를 보면 여름 장마철이면 빈대떡 재료인 부침가루 판매량이 늘어나기도 한다.

서울 광장시장의 먹거리 골목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길 위의 셰프들: 아시아> 서울편에도 등장한 명소이다. 시장 개설 116년째인 광장시장의 초창기 주력 판매품은 농산물이었고, 1960년대 이후 의류·직물로 각광받았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먹을거리로 국내외 관광객에게 널리 알려졌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전에는 인파 때문에 좁은 통로를 걷기 어려울 정도였다. 먹거리 골목에는 대표 음식 빈대떡을 비롯해 육회, 마약김밥, 칼국수 등 길거리 음식들이 즐비하다.

오픈마켓 위메프가 광장시장 먹거리 골목의 맛집 빈대떡을 28일 하루 특가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온라인에 ‘서울 전통시장 전용관’을 마련해 광장시장·인헌시장·신중부시장·방산시장·마천중앙시장 등의 유명 먹거리와 특화상품을 판매키로 했는데 그중 광장시장 빈대떡이 대표상품에 오른 것이다. 앞서 지난해 쿠팡이츠가 처음 시도한 이후 광장시장 빈대떡 배달이 확산되고 있다.

추석이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사태 탓에 명절 특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리적 거리 두기 수도권 4단계 적용이 다음달 5일까지 연장됐다. 전통시장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변화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 1년 넘게 매출 부진에 시달려온 전통시장 상인들은 그나마 온라인을 통해 활로가 트이길 바라고 있다. 소비자들도 먼 곳까지 가야 맛볼 수 있었던 유명 음식을 집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됐으니 반길 만하다.

다만 비 오는 날 드럼통 잘라 만든 원형탁자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막걸리잔을 나누던 빈대떡집의 정취는 당분간 향수로만 간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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