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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온라인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02년 대선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첫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후보를 낸 첫 번째 선거였다. 당시 민노당 권영길 후보는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냈고, 100만표에 약간 못 미치는 96만여표(3.9%)를 얻었다. 당시 국회의원 한 명 없던 ‘원외정당’ 민노당은 주요 정치세력으로 부상했다.

앞서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이 결집한 국민승리21 후보로 1997년 대선에 출마해 30만여표(1.2%)를 얻는 데 그쳤던 권 후보는 2002년 대선을 계기로 진보정치의 간판이 됐다. 마침내 민노당은 2004년 총선에서 10석을 얻으며 원내로 진입했고, 노회찬·심상정 등 스타 정치인들의 활약으로 제3 정치세력으로서 위상을 굳혔다. 이후 수 차례 합당·분당 등 곡절을 겪었지만 원내에선 정의당이 진보정당의 맥을 잇고 있다.

정의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본격화했다. 심상정 의원은 29일 온라인으로 출마를 선언하며 “촛불정부에 대한 실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진보정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슬로건으로는 ‘전환의 정치, 시민의 시대’를 내걸었다.

이정미 전 대표도 지난 23일 “돌봄 혁명의 시대를 여는 돌봄 대통령이 되겠다”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 전 대표 역시 “흔들렸던 과거와 철저히 결별해야 한다. 지난 10년 ‘진보개혁연대’와의 단절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두 후보는 특히 기후위기에 주목하고 있다. 심 의원은 “기후위기 앞에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이대로 살 순 없다”며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 최초의 기후투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도 “헌법 제1조에 ‘모든 기후위기에 맞서 싸우는 나라’를 선언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의 ‘노동 없는 진보정당’ 비판을 의식한 듯 심 의원은 “일할 권리, 단결할 권리, 여가의 권리 등 신노동 3권을 보장하겠다”고 했고, 이 전 대표는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시민을 위한 ‘노동 돌봄’”을 강조했다.

네거티브로 뒤덮인 거대 양당 선거판에서 뒷전에 밀린 핵심 이슈를 짚었다는 점에서 정의당 경선은 주목할 만하다. 이번 경선이 침체된 진보정당의 재도약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의당은 10월6일 대선 후보를 확정한다.

이용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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