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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열린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에 이은 두번째 상에 해당하는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홍상수 감독의 ‘소설가의 영화’. 전원사 제공

 

1951년 시작된 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는 프랑스 칸영화제(1946), 이탈리아 베니스국제영화제(1932)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다. 다른 영화제와 비교할 때 독립영화와 작가주의 영화 등을 평가하며, 제3세계 영화 등에 높은 관심을 쏟는 것으로 유명하다. 냉전 시기 분단의 현장인 베를린에서 열리는 영화제답게 이념적·정치적 소재를 다룬 작품도 많이 소개했다. 칸이나 베니스보다 젊고 진보적 이미지를 갖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잉마르 베리만의 <산딸기>, 장뤼크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 샤트야지트 레이의 <대도시> 등이 이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베를린영화제는 한국과도 인연이 특별하다. 1961년 제11회 때 강대진 감독의 <마부>가 특별 은곰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가 처음 세계에 알려진 계기다. 1987년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에 여우주연상(강수연)을 준 베니스, 2002년 임 감독의 <취화선>에 감독상을 준 칸에 훨씬 앞서 한국 영화에 주목한 것이다. 1994년엔 장선우 감독의 <화엄경>, 2007년엔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특별상인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계의 이단아 김기덕 감독은 2004년 <사마리아>로 은곰상 감독상을 받았다. 2005년엔 임 감독이 명예황금곰상을 수상하고 특별 회고전을 가졌다.

홍상수 감독이 16일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소설가의 영화>로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2017년 <밤의 해변에서 혼자>(여우주연상·김민희), 2020년 <도망친 여자>(감독상), 지난해 <인트로덕션>(각본상)에 이은 홍 감독의 네번째 은곰상이다. 작가주의 색채가 강한 홍상수표 영화가 베를린영화제의 지향과 맞아떨어진다는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작품의 수상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최근 한국 영화는 물론 드라마, 음악 등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거장 대접을 받는 감독들도 다수 배출되고 있다. 넷플릭스 등 새로운 플랫폼에서도 한국 콘텐츠는 더욱 각광받고 있다. 한국 영화의 존폐를 우려해 미국 직배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에 뱀을 풀던 시절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용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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