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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여적

[여적]짝퉁 장터

opinionX 2022. 2. 21. 09:36
 
알리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알리바바 그룹의 CI(Corporate Identity)

수년 전까지 해외 직구족이 가장 애용하던 전자상거래 업체는 미국의 아마존이었다. 국내에 없는 제품을 구할 수 있는 데다 배송 중 물건이 분실·파손될 경우 새 상품을 보내주는 등 서비스가 남달랐다. 그런데 최근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가 부상하면서 아마존 인기가 시들해졌다. 알리익스프레스에는 ‘이 가격에 어떻게 이런 제품을 팔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물건이 수두룩하다. 물론 품질이 제각각이고 불량품이 배송돼도 보상받기 쉽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불량품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하면서도 알리를 끊지 못한다는 이용자들이 많은 까닭이다. 그야말로 로또를 사는 심정으로 알리 사이트를 뒤진다는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짝퉁 장터’로도 유명하다. 스마트폰과 관련 제품, 전자제품, 반도체, 의류·장난감, 음반·DVD, 식품까지 없는 게 없다. ‘사람 빼고 다 베낀다’는 말이 나오는 중국답다. 짝퉁에도 등급이 있다. 진짜와 구분이 어려운 A급이 있는가 하면 외형만 어설프게 흉내낸 짝퉁이 있다. 국내 상품도 짝퉁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불닭볶음면’의 표지까지 베낀 중국 라면에, ‘갤럭시노트 10 플러스’를 본떴으나 가격은 20%에 불과한 카피 제품도 판매됐다고 한다. 알리에서 산 한국산 블루투스 이어폰의 AS를 서비스센터에 맡겼다가 짝퉁 판정을 받았다는 경험담도 있다. 해외 이용자들 사이에선 ‘중국에서 산 아이폰 8이 103%까지 충전되더니 삼성 로고가 뜨면서 재부팅되고 있다’는 농담까지 돌았을 정도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등을 포함한 2021년도 ‘악명 높은 시장’ 명단을 발표했다. 미 정부는 매년 가짜·위조 상품이나 불법 복제한 해적판 콘텐츠를 판매하는 외국 온·오프라인 장터를 지정한다. 명단에 올라도 공식적인 제재는 없지만 이미지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급해진 알리익스프레스는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자국 중심의 논리를 앞세우는 중국이 USTR의 비판을 얼마나 수용할지는 의문이다.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중국 관광청은 스키가 중국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했다. 인류 보편적 가치와 상식에서 자꾸만 멀어지는 중국이 우려스럽다.

이용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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