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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붙이면 잘 타는 돌이 땅속에 있는데, 금속을 녹일 수 있어 대장간 연료로 쓴다.” 기원전 315년, 그리스의 과학자 테오프라스토스가 <돌에 대하여>라는 책에 남긴 글이다. 인류가 석탄을 사용한 첫 증거 기록이다. 중국에서는 3세기 삼국시대에 ‘석탄(石炭)’이라는 한자가 처음 등장했다. 9세기 영국, 10세기 독일에서 석탄이 발견·채굴됐고 12세기 중국 송나라 때 가정 연료로 쓰인 석탄에 세금을 부과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삼국사기>에 신라 진평왕 31년(609년) 정월부터 10월까지 모지악 아래 땅이 불에 탔다는 대목이 있는데, 국내 석탄 관련 첫 기록으로 꼽힌다. 모지악은 현재 경북 포항의 갈탄 지역으로 추정된다.
석탄은 18세기 산업혁명의 주역이었다. 1769년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발명 이후 수요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석탄은 나무 연료 시대를 뒤로하고 근대 산업과 문명 발전을 이끈 획기적인 에너지원으로 20세기 중반까지 각광받았다. 지금은 쇠락했지만, 한국의 석탄 산업도 1960~197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석탄시대가 종말을 맞고 있다. 석탄이 대기오염과 기후위기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모두 알기 때문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2030년까지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선언했고, 독일은 올해부터 폐쇄를 시작했다. 그런데 한국은 여전히 석탄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주원인인 온실가스 배출 규모가 세계 7위이고, 미세먼지 및 대기질 세계 최악 5개국으로 꼽히는데도 석탄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다. 현재 60기를 가동 중인 국내 석탄화력발전소를 7기나 늘릴 계획을 세우고, 해외 발전소 투자에도 열심히 나서고 있다.
전국 15개 환경단체가 7일 ‘석탄을 넘어서(Korea Beyond Coal)’ 국내 캠페인을 시작했다. 미국·유럽·호주에서 이미 시작된 글로벌 탈석탄 캠페인이다. 이들은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친환경 에너지원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할 계획이다. 7일은 한국 정부 제안으로 유엔이 새 기념일로 지정한 첫번째 ‘푸른 하늘을 위한 국제 맑은 공기의 날’이다. 맑고 푸른 하늘을 보려면 석탄과 결별해야 한다. ‘석탄을 넘어서’를 실행에 옮겨야 할 때다.
<차준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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