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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여적

[여적]자립준비청년

opinionX 2021. 7. 14. 09:40

보건복지부 양성일 제1차관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여덟 어른’으로 불리는 보호종료아동(자립준비청년)들의 자립 지원 강화 방안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그들은 ‘열여덟 어른’으로 불린다. 좋든 싫든, 준비가 되었든 그렇지 않든 만 18세엔 어른이 ‘되어야만’ 한다. 갖가지 사연 속에 아동복지시설 등에서 살아온 그들은 아동복지법에 따라 만 18세가 되면 보호가 종료된다. ‘보호종료아동’이란 이름과 함께 등 떠밀려 사회로 나온다. 벼랑 끝에 선 듯한 걱정 속에 스스로 잠자리를 마련하고, 돈을 벌며 생계를 꾸려간다. 또래들과 달리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하는 자립이다. 기댈 곳 하나 없는 독립이자 절박한 고립이다.

연간 보호종료아동은 2500명 안팎에 이른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열여덟 어른이 홀로서기는 쉽지 않다. 정부와 민간 복지재단의 지원은 한계가 있다. 사회인으로서 내디딘 첫발이 삶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들의 지난해 월평균 소득은 127만원, 최저임금보다 적다. 4명 중 1명은 주거비·생활비 등으로 빚을 지고 있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비율이 또래 청년들의 3배를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그들의 처지를 대변한다. 물질적 어려움 외에 주변의 편견과 차별도 그들을 옥죈다.

정부가 충분한 자립기반 없이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보호종료아동들을 위한 ‘보호종료아동 지원 강화 방안’을 13일 발표했다. 자립준비를 위해 만 24세까지 보호기간을 연장하고, 전국 17개 시·도에서 자립지원 전담기관을 운영하기로 했다. 자립수당 지급기간을 보호 종료 3년 이내에서 5년 이내로 늘리고 진로 및 심리 상담을 확대하는 것 등도 포함됐다. 명칭도 ‘보호종료아동’에서 ‘자립준비청년’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동안 이들이 처한 여러 문제들이 확인되고, 국가와 사회의 역할이 요구돼온 점에 비하면 대책이 너무나 늦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들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고 또 효과를 내는지 꼼꼼하게 따지는 것이다. 이번 대책이 ‘자립준비청년’들이 실질적으로 자립·독립할 수 있도록 디딤돌 역할을 해야 한다. ‘열여덟 어른’들에게 또래들과 동등한 삶의 출발선을 만들어주고, 그들이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자립준비청년’들이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우리 모두가 든든한 울타리를 자임하는 것도 필요하다.

도재기 논설위원


 

오피니언 | 여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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