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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칼럼

[여적]정치인의 눈 수술

opinionX 2020. 7. 15. 10:50

사람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 중 하나가 눈이다.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란 말도 있다. 기능적으로 다른 감각 기관에 비해 눈을 통해 받아들이는 외부 정보가 월등히 많고 정확하다. 백문불여일견이라 하지 않나. 눈은 마음과 몸의 건강 상태도 보여준다. 눈이 첫인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아파서 병원을 가면 의사들이 눈부터 확인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관상에서도 눈은 부귀빈천을 보는 곳이다. 눈을 빼면 나머지는 양념일 뿐이라고도 한다.

그래서인지 눈 모양이 바뀌면 주변 사람들이 금방 알아보고 왜 바꿨는지를 궁금해한다. 정치인들이 눈 수술을 하면 더욱 그렇다. 치료를 위한 수술이라고 설명해도 인상이나 관상 개선용이란 억측이 끊이지 않는다. 2005년 2월 노무현 대통령이 눈 수술을 하고 보름 만에 공식석상에 나타나 화제가 됐다. 눈꺼풀 처짐 현상의 하나인 상안검이완증 수술을 했다. 노화로 윗눈꺼풀의 피부가 밑으로 처져 눈을 덮으면서 시야를 가리고, 속눈썹이 눈을 찌르는 증상을 치료한 것이다. 하지만 쌍꺼풀 미용수술이라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혹자는 눈이 커졌으니 앞으로 좀 더 넓은 안목으로 민생을 살피라는 주문까지 했다. 정동영 전 의원도 민주평화당 대표이던 2018년 12월 눈 수술을 했다. 눈꺼풀이 눈 방향으로 뒤집어져 속눈썹이 눈을 찌르는 안검내반증 때문에 수술했다는 것이다. 인상이 확 달라져 못 알아봤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였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여름휴가 중 눈 수술을 했다.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한 눈꺼풀 처짐 현상인 안검하수 치료를 위한 수술이다. 안검하수는 윗눈꺼풀을 들어올리는 근육이 약해져 눈의 중심이 잘 안 보이고, 속눈썹이 눈을 찌르는 증상을 말한다. 원 지사는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자처하며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상태다.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이왕 할 거면 제대로 준비하고 나서라”고 격려했다. 미래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기 위한 채비가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원 지사는 14일 수술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라는 말처럼 부수적인 효과 아니겠느냐”며 “정치인이 사랑을 받으면 좋은 것인데, 그런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웃었다.

<박영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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