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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가득했던 11월 어느 주말. 반경 5㎞ 안에 모여 살게 된 덕분에 주말 브런치가 일상이 된 친구들과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만났다. 날씨 탓이었을까? 이번 대화는 조금 무겁다. ‘퇴직, 60 이후 뭘 하고 살까?’ 노후준비라는 게 정해진 시기가 있는 건 아니지만, 보통 정년 5년 전부터가 적기라고들 하니 딱 우리가 거기에 해당된 거다. 주된 일자리 퇴직이 평균 49.3세(통계청)인 것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현역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는 운이 좋다. 하지만 한 해가 다르게 정신적·체력적 한계에 부닥치며 크고 작은 스트레스로 만성질환을 하나씩 달고 산다. 젊은 직원들과 소통의 어려움도 이슈였는데, 최근 사내게시판에 50대 팀장급들을 향한 독설 가득한 글이 쏟아져 충격을 받았다는 친구의 말에,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때 한 친구가 씩씩하게 자기는 운전을 잘하고 좋아하니 조금 일찍 퇴직해서 대리기사로 돈을 벌고 남는 시간에는 전국 곳곳을 여행하겠노라고 했다. 이어 다른 친구는 서울 근교에서 북스테이를 하며, 통번역 프리랜서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집으로 오는 길, 나의 퇴직, 60플러스에 대해 생각했다.
내 친구들처럼 자기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분명한 사람은 그나마 괜찮은데 나를 포함해 대다수는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막연하게나마 머릿속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이제는 미루지 말고 실천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얼마 전부터 작가로 데뷔한 절친과 50대 일하는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상을 교환일기 형식으로 써보자고 작당만 해 왔는데 새해 첫 도전으로 해 보는 거다. 이런 소소한 실천과 경험이 쌓여야 나의 잠재된 욕망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고,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N잡러로서의 변모도 구체화되지 않을까?
코로나19라는 긴 재난을 겪으며 집에 대한 생각도 많이 변했다. 격리와 고립이 반복된 상황이 올지라도 최소한의 햇살과 바람, 한 줌의 흙을 느낄 수 있는 주거공간에 대한 욕망이 강해졌다. 최근 서울 도심에 사는 친구도 아들이 독립한 후, 대출로 마련한 40평대 아파트를 처분하고 조용한 외곽으로 옮겼다.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나는 체질상 귀촌, 전원주택 같은 건 별로 꿈꿔본 적도 없지만, 고층 아파트 숲에서 노년을 보내고 싶지는 않다. 지금부터라도 도심 속 테라스, 또는 작은 마당이 있는 아담한 집을 알아봐야겠다. 그리고 지금처럼 친구들과 인근에 살면서 소소한 작당을 계속하며 단단한 일상을 만들고 싶다. 이 모든 걸 뒷받침하는 건 역시나 체력일 테니, 60플러스를 위한 몸을 공들여 만들어놔야 한다. 쏟아지는 건강 정보와 영양제에 의존하지 않고, 나에게 맞는 운동과 루틴을 만들 것이다.
부지런히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친구에게 문자 한 통이 왔다. “네 인생에 첫 번째는 뭐야? 다시 태어나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아! 이런 질문을 놓치고 있었구나. 이런 질문과 마주해야 진짜 두 번째 인생을 구체화할 수 있을 거 같다. 안 그러면 첫 번째와 뭐가 그리 다를까? 살던 방식에서 조금 덜어내는 수준이겠지. 다시 원점에서 생각을 해 봐야겠다. 늘 질문을 던져주는 친구가 있어 참 다행이다. 좋은 친구를 곁에 두는 것이 첫 번째 노후준비일지도.
남경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일자리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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