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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칼럼 이후로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먼저 그중 몇 개를 살펴보자.

걸그룹 아이즈원이 2년6개월의 활동시한을 마치고 지난 4월29일 해산했다. 내가 이 그룹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그 사회적 함의 때문이다. 아이즈원은 데뷔 직후부터 본인들의 잘못과는 무관한 일로 곤욕을 치렀다. 일본 우익 시비, 급격하게 악화한 한·일관계, 거기에 활동 중반에 터진 순위 조작 문제까지 스무 살 안팎의 시한부 걸그룹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시련들이 잇따랐다. 진실규명의 필요성이 비난의 대상을 전도시키는 가치관의 혼동 현상도 넘쳐났다. 그러나 아이즈원은 이런 시련을 극복하고 지난해에는 여성 아티스트 중 최다 음반 누적 판매 기록까지 세우며 12명 멤버 전원이 무사히 활동을 종료했다. 가히 사회가 만들어 낸 ‘쓰레기통’ 속에서 화려한 ‘장미꽃’을 피운 셈이다.

사회적 관심이 비난의 대상을 전도시킨 사례는 또 있다.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이 그것이다. 대학생의 죽음은 안타까운 것이며 그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진실규명의 필요성이 친구 A씨에 대한 비난과 범죄 혐의로 번져가는 것은 문제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수사 당국의 손에 맡겨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과 가석방 논의가 뜨겁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1일 가석방 기준을 현재의 형기 80% 이상 복역에서 최저 60%까지로 완화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가석방 가능 시점이 추석보다 당겨질 수도 있다. 일부 언론은 반도체 산업 투자 때문에 이 부회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취업금지 대상이기 때문에 가석방이 되더라도 삼성전자 경영에 복귀할 수 없다. 박 장관이 특별히 허락하면 몰라도.

이재용 사면·가석방 뜨거운 논의
문 대통령 ‘엄정한 법집행’ 지켜야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커지며
한국은행도 어려운 선택에 직면
미시적 통화정책 선제 운용 필요

사면론도 있다. 김부겸 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공정하지는 않지만’ 사면 관련 의견을 수렴해 전달하겠노라고 공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충분히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해 가겠다”며 그간의 입장을 바꿨다. 재벌의 불법 경영승계 등을 근절하겠다며 “횡령·배임 등 경제범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과 사면권 제한”을 추진하겠다는 대선공약을 식언했다. 잘못하는 일이다.

이하에서는 통화정책과 한국은행 문제를 살펴보기로 한다. 현재 통화정책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우선 물가가 심상치 않다. 4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했다. 물론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지만, 공산품 가격 상승률이 이미 2.3%이고 서비스업 가격도 서서히 오르고 있다. 경기회복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도 물가에는 부담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미국 상황이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2%로 예상치인 3.6%를 훨씬 웃돌았다. 주식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옐런 재무장관 역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 국채 금리는 연초 이후 기본적으로 상승 기조에 있다. 미국에서 실세금리가 인상될 경우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과 원화 절하 용인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이미 한국의 장기 금리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아마도 한국은행이 마냥 금리 인상을 미루기는 어려울 수 있다.

거시적 안정성을 생각한다면 금리를 인상해야 하겠지만, 이 경우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공연예술, 여행, 음식 및 숙박업 등의 회복은 더욱 지연되거나 심지어 부실이 터져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나는 한국은행이 필요시 금리를 올리되, 그에 따른 부문별 부작용을 따로 돌볼 수 있도록 미시적 통화정책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고용안정은 중요한 통화정책 목표(12 USC §225a)이고, 이를 위해 미국 연방법은 연방준비은행들이 은행뿐만 아니라 개인, 기업, 외국 은행 등과 직접 공개시장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12 USC §353).

이에 비해 한국은행법은 통화정책의 목표도 협소하게 규정하고 한국은행이 비금융 민간과 거래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이런 협소한 통화정책 여건을 그대로 유지하고 금리 인상을 마냥 미루는 것보다는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운용하고 그 대신 상처를 입을 부문을 별도로 보듬는 제도 변화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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