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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50여일 앞두고, 서울 대치동 학원 강사의 코로나19 확진으로 비상사태다. 강남구는 무증상 감염자를 고려해 관내 2만여명의 강사들을 전수검사하기로 했다. 수능 보는 날 혹여 방해될까 비행기까지 멈춰 세우는 입시대국의 위력이다.

코로나19로 교문을 열고 닫기를 반복하면서, 학교의 주요 역할이라고 생각했던 ‘지식 전달’은 다른 방법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학습은 온라인으로도, 학원에서도 할 수 있다. 개학을 두 번이나 연기하고 온라인수업을 시작하던 시기에 민들레를 찾아온 한 고등학생이 말했다. “애들 열에 아홉은 학원 다녀요.” 목동의 어느 대형 학원에서는 학교별로 수강생을 모집한다. 아침부터 학교의 온라인수업을 강사가 같이 듣고 예상 시험문제를 뽑아준단다.

학교 갈 시간에 학원에 앉아 학교 수업을 듣는 아이들. 감염을 걱정해서라면, 교문을 닫는 게 무슨 의미인가. 책임질 수 없는 곳에 드나들며 위험을 키울 바에야 공공기관 문을 열어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봐야 하는 거 아닌가 싶지만, 학교를 비롯한 그 어떤 공공기관도 상부기관 지침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불규칙한 등교로 또래와의 관계, 돌봄, 급식, 놀이 같은 학교의 사회적 역할의 공백도 두드러졌다. 맞벌이가정을 비롯해 학교에 크게 의존했던 아이들은 그 빈틈을 고스란히 몸으로 견뎌야 했다. 광복절집회 이후,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소식을 듣고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던 초등학생들이 눈물을 터뜨렸다 한다. 여기마저 못 오게 되면 어쩌나, 두려워서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설문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아동 청소년의 우울과 불안이 크게 늘었다. 특히 17~19세 청소년의 불안과 두려움 지수가 높다. 불확실한 미래에 눈앞에 닥친 입시에 대한 부담까지 얹어졌다.

영국의 한 연구보고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고립을 경험한 어린이, 청소년들은 팬데믹 이후에도 우울과 불안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청소년의 우울증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외로움의 ‘강도’가 아니라 외로움의 ‘지속 기간’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거리 두기 1단계로 등교일은 늘었지만 반년 넘게 경험한 고립과 단절, 비정상적인 일상은 아이들 몸과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어린이,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은 장기적으로 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재난 상황에서도 입시에 급급한 한국 교육의 현실에선 요원한 말인 듯하지만, 학교가 정상화된다면 학업 성취보다는 놀이, 친구와 협업하는 경험 등으로 아이들의 정서를 회복하는 것이 먼저다. 문이 열릴 때마다 진도 따라가기 바쁜 학교, 온라인수업이 미래교육을 앞당기기라도 한 듯 설레발치며 디지털 기술을 확충하려는 교육부의 움직임 속에, 아이들이 경험한 고독의 시간을 어떻게 치유할지에 대해선 아무런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신종 바이러스 창궐로 고립과 우울을 경험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돌볼지, 큰 숙제가 남겨졌다. 그 숙제를 풀 주체는 누구일까.

<장희숙 교육지 ‘민들레’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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