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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마다 간절한 마음으로 집주인이 연락하지 않기를 비는 세입자다. 이번에는 제발 계약기간이 그냥 지나기를, 그래서 자동갱신되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빌지만 매번 헛된 바람이었다. 2년마다 이사를 다니는 일은 정말 고역이다. 가진 돈과 살림 규모, 시기가 맞는 집을 구하는 일은 매번 하늘의 별따기다. 무수한 검색과 발품 파는 시간을 거치다 보면 점점 마음도 몸도 너덜너덜해진다. 사방을 둘러친 아파트숲에서 내 한 몸 뉘일 집 찾기가 이리도 어려울까? 절망감과 자괴감에 밑도 끝도 없이 추락하는 마음을 달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나마 최근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어 2년마다 이삿짐을 싸야 할 걱정을 덜었고 터무니없는 임대료 인상 요구를 받지 않아도 될 듯하다. 너무 늦은 대책이지만 법 개정을 환영한다.

그러나 여전히 과제는 많고 나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임대계약이 10월 중순 만료 예정이었다. 집주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통과 직전 매매한다는 통지를 했다. 다주택이라 하나는 처분하겠단다. 이런 경우 뭘 할 수 있는가? 경험상 집주인들은 매매한다고 세입자를 내보내고 신규 계약을 통해 임대료를 올린다. 이런 변칙에 대응할 정책이 나오지 않는 한 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무용지물이다. 벌써 시장에는 20% 이상 인상된 전세매물이 등장했다. 신규 계약에 대한 이전 임대료 연동 인상률 규제나 표준임대료 등 확실한 규제 방안이 시급하다.

25년 된 내가 사는 단지의 실거래가 추이를 보면 2020년 8월 초 기준 집값은 2년 전과 비교해 2000만원이 올랐다. 같은 기간 전세도 약 2000만원 올라 전세가율은 78.8%에서 79.3%로 높아졌다. 집값 상승분이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전가됐다. 갭 투자자들은 4000만~5000만원으로 집을 사고 임대료를 올려 투자금의 일부를 회수한 후 몇 년 만에 2배 이상의 수익을 얻었다.

최근에는 자신이 매매한 금액에 전세를 내놓는 비양심 집주인도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세금이 많다고 아우성이다. 불로소득에 대한 보다 강도 높은 과세는 물론 전세물량 부족을 악용한 양심불량 사례에 대한 강력한 대응책도 시급하다. 투기를 잡지 못하면 서민들의 피눈물은 멈출 수 없다.

이제 전세와 월세의 차이는 금리 낮은 은행 이자를 내느냐 높은 월세를 내느냐다. 월세와 대출이자의 격차가 줄면 굳이 전세를 고집할 이유도 없고 집주인의 월세 선호도 줄 것이다. 전·월세 전환율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전·월세 전환율이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관리·감독도 필요하다.

집은 생존을 위한 필수재다. 집으로 누구는 떼돈을 벌고 누구는 죽음에 내몰리는 부조리가 더 이상 반복되어선 안 된다.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후속대책이 시급하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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