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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마감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국회 청원 기간 동안 많은 성소수자는 자신들의 친목방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청원을 요청했다. 친목방은 안부를 묻고 수다를 떠는 것 외에도 성격에 따라서는 성소수자 인권 이슈를 공유하고 정치 사안까지 나눈다. 당연히 모두가 환영하고 이름을 올려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논쟁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면 범죄자 인권도 보장해야 하지 않느냐, 외국인에게도 투표권이 부여되는 것 아니냐, 세금을 내지 않는 이들까지 복지와 행정적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아니냐 하는 반대의견이 나온 것이다.

이들 내용 자체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되기 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포되었던 가짜뉴스의 전형이다. 내가 낸 세금이 다른 이의 혜택으로 돌아가는 것이 부당하다는 논리는 결국 국민의 기준을 나누고 통제하며 그에 해당하지 않는 이들을 배제한다는 내용의 연장선 위에 있다.

시시비비를 따지는 건 법안을 찾아 확인시켜주면 되기에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찜찜함이 생겼다. 줄곧 가짜뉴스는 보수 기독교를 위시한 집단을 중심으로 유포된다고 이해해왔는데 어째서 혐오와 낙인의 타깃인 성소수자가 가짜뉴스의 이야기를 자기 논리로 체화한 것일까.

누구라도 부당한 이유로 제도적으로 배제되고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나아가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어 안전을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다면 일상은 불안과 고립에 사로잡힐 것이다. 하여 당사자는 나의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연결의 감각을 끊어내는 선택을 하기 쉽다. 그 속에서 차별금지법은 특정 집단만을 위한 법, 역차별을 부추기는 법으로 오해되고 선동된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의 일차적인 의의는 특정한 이들에게 특권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어떤 이유에서건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받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은 종국에 누구도 배제하지 않으며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지지할 수 있는 사회의 가치를 실천하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차별금지법은 누구의 전유물도 아니며, 나만 차별받지 않으면 된다는 논리를 넘어선다. 이는 나의 안녕을 위해 당신의 인권을 삭제하는 사회의 규범에 저항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가에 평등의 가치를 실천하라고 요청한다. 이러한 목소리가 사람들에게 파고들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은 무엇이 있을까 하는 인권운동의 고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불안과 고립에 놓이지 않는 삶을 보장하라는 요구는 결국 공존을 모색하기 위해 무엇을 변화시키고 요구할 것인가를 묻는 오랜 노력 위에 있다. 항상 그래왔듯이, 우리는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어떤 가치를 지키고 무엇을 변화시킬 것인지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실천할 것이다.

<남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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