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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성인 33만652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Twenge 등, 2020)에 따르면 2020년 4월과 5월 기준, 불안과 우울을 경험한 사람이 작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대한민국 성인 805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69.2%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불안과 우울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는 많은 심리적 외상을 경험하고 있다. 사회적 연대가 와해되었고 타인을 의심하고 적대시하는 태도도 만연해 있다. 자신도 피해자이면서 비난과 죄책감으로 위축되고 있다. 실업과 감봉 등 경제적 어려움은 가정불화와 자녀교육 문제로 파급되고, 차별과 편견의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이미 극단적 사례들을 주변국들을 통해 간접경험한 바 있다.

우리는 그동안 이루어 놓은 기술 문명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4차 산업혁명 한가운데로 단숨에 진입해버린 것이다. 지금 경험한 기술 문명은 점차 더욱 강력하게 우리의 삶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을 논하며 우려했던 인간 소외 문제는 코로나19와 더불어 국민 정신건강에 막대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는 적극 개입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많은 기관 및 단체에서 국민 대상 심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제공할 채비를 갖췄다. 그러나 현재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대국민 서비스의 질이다. 정신건강 문제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 문제이나 이를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선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았던 과거의 실책으로 인해 현재 6000여개의 심리 상담 관련 민간 자격증이 남발되고 있다. 아마추어리즘 수준의 심리 상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며 관련 시스템을 책임져야 하는 국가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비전문적 심리평가와 심리치료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고 적절한 회복 시기를 놓쳐 결국 정신질환이 만성화되는 사례가 흔하다.

현재는 국민정신건강 위기 상황이다. 코로나19와 같은 대재앙은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 추후 일어날 모든 상황에 효과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선 사후약방문식 접근보다는, 일상적이며 보편적인 예방을 강조하는 정책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강력하고 전문성 있는 국가 정신건강 거버넌스가 이를 책임지고 이끌어가야만 한다.

지난해 현 정신건강정책과의 정신건강정책국 승격을 고려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급격히 높아진 국민의 불행감과 우울감을 고려할 때, 매우 적절한 정책 방향이었으나 현재까지 관련한 진척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당면한 국민적 정신건강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보다 강력한 국가 정신건강 거버넌스가 작동하기를 기대한다. 코로나19 사태 초반의 전문적이고 신속한 대처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심리 방역 또한 전문적 관점에서 긴급히 다뤄져야 할 일이다. 지금이 국민 정신건강의 골든타임인지도 모른다.

<송현주 | 한국임상심리학회장 서울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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