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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다시 확산 추세다. 거리 두기 2단계 시행으로 유치원, 초·중학교 등교 인원이 3분의 1로 제한된다. 아이들은 일주일에 1~2일 학교에 가거나 학년별로 3주마다 돌아가면서 등교해야 한다. 추석 이후 정상등교를 하는가 싶더니 2개월도 못 되어 원점이다.

그간 친·인척 찬스에 각종 휴가를 끌어다 쓰며 버텨온 맞벌이 부모는 초등 저학년 아이를 혼자 둘 수 없어 애가 탄다. 매 끼니에 온라인 수업까지 챙겨야 하는 현실이 버겁기는 전업주부들도 마찬가지다. 이 와중에 초등돌봄교실이 지자체로 이관될 가능성을 둘러싸고 여러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본격적으로 도입된 초등돌봄교실은 전용교실 미비, 예산 부족, 돌봄전담사 처우, 간식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이용자만 늘려 왔다. 학교 안에 돌봄 공간을 따로 확보한 곳은 그나마 나은 형편이다. 반 아이들이 하교하고 나면 책상을 뒤로 밀고 돌봄교실로 쓰는 곳도 많다. ‘체험학습, 기초학력 보충지도 등을 포함한 보육 시설’이라는 돌봄교실의 모호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학교의 고민도 크다. 전담사 관리, 예산 관리, 프로그램 운영 관리…. 안 그래도 잡무에 시달리고 있는 교사들에게 돌봄교실은 기피 업무 1호가 됐다.

돌봄교실의 지자체 이관에 찬성하는 이들은 “교육도 제대로 안 되는 판에 보육까지 책임지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처사”라고 주장한다. 학교는 그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등돌봄교실의 한계는 명백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시도도 필요하다. 하지만 학교는 필연적으로 교육과 보육이 혼재하는 곳이다. 이 둘을 분리하기란 쉽지 않다. ‘어린 생명이 머무르는 곳’이라는 속성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는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그 자체가 돌봄의 과정이고, 돌봄교실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싸우고 화해하는 것 또한 사회적 관계를 배워가는 ‘교육적’ 과정이다.

돌봄교실의 지자체 이관을 반대하는 이들은 ‘학교만큼 안전한 공간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자체로의 이관은 사실상 민영화를 뜻하는 것 아니냐며, 검증되지 않은 돌봄기관에 아이를 맡기는 것을 염려한다. 아이들이 학교 밖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한 위험도 거론된다. 변수 없이 한 공간에 종일 머무는 것이 관리 측면에선 편리하지만, 아이들에겐 어떨까. 친구들이 교문을 나서는 걸 내다보며 저녁까지 부모를 기다리는 돌봄교실 아이의 뒷모습이 짠하다.

돌봄전담사들의 파업, 교사들의 1인 시위, 부모들의 기자회견…. 돌봄을 둘러싼 어른들의 논쟁 속에, 부모 없는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다 화상을 입은 인천의 어린 형제가 떠오른다. 사고 한 달여 만에 지난 10월, 어린 동생은 끝내 하늘나라로 갔다. 이 아이가 건강하게 살아 있으려면, 어떤 돌봄이 필요했을까.

곧 겨울방학이다. 방학 때마다 아이를 ‘맡길’ 곳 없어 벌어지던 돌봄 전쟁이 코로나19로 더 치열해질 것이다. 주로 물건의 보관을 부탁할 때 쓰는 ‘맡긴다’는 표현이 아이들에게 쓰이는 일은, 어쩐지 아이를 짐처럼 만드는 듯해 서글프다. 돌봄 문제를 두고 어른들이 다투는 와중에도,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장희숙 교육지 ‘민들레’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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