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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7~9일 한국 방문이 장기 교착 상태인 북·미 협상구도에 변화를 몰고 오게 될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가 방한기간 내놓을 대북 메시지의 내용에 따라 협상의 동력이 되살아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건 특별대표가 ‘스몰딜(영변 핵시설 폐기와 대북 제재 일부 해제를 맞교환하는 방안)’을 주장해온 인사인 데다 한·미 양국에서 최근 이 스몰딜이 재론되고 있다는 점도 이번 방한을 주목하게 만든다.

그러나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낮춘 상황이다. 따라서 특단의 메시지가 없으면 이번 비건 방한도 의미있는 결과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4일 “조·미(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 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더 이상 이벤트성 북·미 협상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비건의 카운터파트인 최 부상이 그의 방한에 맞춰 비교적 절제된 톤으로 담화를 내놓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북한이 북·미 대화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지는 않은 듯하다. “이미 이룩된 정상회담 합의도 안중에 없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미국”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이라는 최 부상의 발언은 미국이 새로운 접근법으로 나선다면 대화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대북 제재에 대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미국 대선이 4개월밖에 남지 않은 만큼 그사이 비핵화 협상에 큰 진전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끊어지다시피 한 북·미 회담의 끈을 연결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렇다면 한·미는 좀 더 긴 호흡으로 미국의 대선 이후까지 염두에 두고 대북 협상의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당장 급한 것은 8월로 다가온 군사훈련 재개 여부이다. 이 훈련을 실시할 경우 회담 재개는커녕 한반도에 격랑이 일 것이다.

비건은 이번 방한 중 한국의 새 외교안보팀과 만난다. 한·미 양국은 이번 기회에 북·미 대화를 되살릴 해법을 도출해내야 한다. 또한 한국 정부의 대북 사업을 더디게 하는 한·미 워킹그룹의 개선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 2년간의 북·미 협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찍기용 이벤트가 아니었음을 미국은 증명할 필요가 있다. 북한도 모처럼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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