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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6일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공유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 손모씨의 미국 인도를 불허하고 석방했다. 해당 사이트의 국내 회원들을 철저히 수사하려면 손씨를 국내에서 더 조사해야 한다는 게 불허의 이유다. 그동안 디지털성범죄에 솜방망이 판결로 일관해온 법원의 판결을 감안하면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손씨를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며 그의 미국 인도를 촉구해온 여성계가 반발하고 있다.

서울고법 재판부가 밝힌 송환 불허 이유에도 일리는 있다. 재판부 결정문에 따르면 W2V 회원 346명 중 대한민국 국적자는 223명, 미국 국적자는 53명, 기타 국적자는 70여명이다. 재판부는 이를 들어 “손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국내회원들에 대한 수사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수사의 효율성을 위해 손씨를 미국으로 보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손씨는 2015년부터 2018년 3월까지 W2V를 운영하며 청소년과 영·유아가 등장하는 미성년 성착취물 22만여건을 유통·판매했다. 그 안에 심지어 생후 6개월 된 영아의 영상도 있다. 아동을 이용한 성범죄는 외국에선 중범죄로 다스린다. 실제로 미국인과 영국인 이용자들은 손씨가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영상물을 소지했다는 이유만으로 5년 이상의 형을 받았다. 그러나 손씨는 지난 4월까지 징역 1년6개월을 살았을 뿐이다. 이런 손씨를 미국 연방 대배심이 기소했고 미국 법무부의 요구로 강제인도를 앞두고 있었다. 이에 손씨 아버지는 아들이 미국에 인도되지 않게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해 편법 논란이 일었다.

법원의 이날 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사법부도_공범’이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법원은 디지털성범죄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n번방은 판결을 먹고 자랐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재판부는 이날 국내 아동 성착취물 범죄 처벌이 적정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한국에서 손씨를 엄벌할 수 없는 만큼 미국에서 중형을 선고받게 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공감했다. 그렇다면 손씨에 대한 미국 송환을 불허하기 전에 이런 범죄를 제대로 처벌하는 장치를 마련해 놓아야 마땅했다. 그런데 사법부는 지금껏 양형기준 마련에 미적대왔다. 지금이라도 엄벌 의지를 입증해야 한다. 우선 양형기준을 높이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 디지털성범죄가 피해자의 인격살인에 해당하는 중한 범죄로 제대로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 국가와 제도가 디지털성범죄의 가해자 편에 서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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