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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청년들이 왜 혁명을 일으키지 않는지 궁금해. 너희들 국민연금 내기만 하고 못 받잖아. 40년 뒤에 기금 고갈된다잖아. 뭐? 적립식을 부과식으로 바꾸면 된다고? 그러니까 세금으로 노인세대를 부양하면 된다고? 2020년엔 청장년 100명이 40명을 부양해. 2060년엔 청장년 100명이 100명을 부양해.(15~64세 인구 대비 14세 이하+65세 이상 인구비율) 세금으로 국민연금 주려면 세율 엄청 높아져. 그때의 젊은 세대가 제정신이라면, 부과식을 거부하고 국민연금 파산시킬걸. 그러니까 지금 청년들은 국민연금 못 받을 거야. 

40년이나 남지 않았냐고? 아냐, 25년밖에 안 남았어. 그때까지는 기금을 쌓아가는데, 그때부터는 기금을 팔아야 하거든. 국민연금을 주식시장에서 빼내야 하거든. 저성장만 예약된 게 아닌 거지. 금융공황도 예약되어 있는 거지. 그런데도 소득대체율 높이자는 사람이 있더라고. 국민연금 혜택 늘리자는 얘기지. 주장이야 제 맘대로지. 그런데 그러려면 적어도 ‘진보’라는 간판은 떼고 말해야지. 염치가 없잖아.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2015년에 민주당, 정의당이 임금피크제 반대했잖아. 2013년에 정년연장을 법제화하면서,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정년 전 몇년간 임금을 깎기로 했었거든. 이게 임금피크제거든. 그런데 민주당은 임금피크제 법제화에 반대하면서 노사 자율로 맡기자며 우물쭈물했고, 정의당은 거세게 반발했지. 심상정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사자후를 토했고. 그런데 그때 청년 대상 여론조사를 해보니 임금피크제 찬성률이 얼마였는지 알아? 70%(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조사)였어. 계산이 뻔하거든. 정년이 연장되면 임금피크제라도 해야 청년고용을 조금이라도 늘릴 여지가 생기거든. 

요새 다시 정년연장하자는 주장이 나오더라고. 그런데 어차피 사오정 오륙도 인생인데, 누가 혜택 보겠냐고? 정년이 보장된 분들 있잖아. 은퇴를 앞둔 586세대들, 아니, 그중에서도 운 좋은 사람들. 이미 보호받지만, 더 보호받고 싶은 분들. 정년연장되면 인건비 부담이 커지겠지. 신규고용 줄이겠지. 청년들 일자리가 줄어들겠지. 주장이야 제 맘대로지. 그런데 그러려면 적어도 ‘진보’라는 간판은 떼고 말해야지. 염치가 없잖아. 

요새 추경을 앞두고 정부 재정을 조이자, 풀자 말이 많더라고. 조이자는 분들, 더 조여서 저출산 더 심해지면 어떡하시려고요. 그대들이 몇십년 뒤에 제 인생 대신 살아줄 건가요? 풀자는 분들, 아동수당 찔끔 주는 식으로 뭐가 달라지나요. 신혼부부한테 집 한 채씩 팍팍 안겨주시죠? 몇 년 전에 법안도 냈으면서 왜 이리 졸보처럼 구시나.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 팍팍 늘리고, 도시 과밀지역 학교 더 짓고, 대학 평준화도 하세요. 서울·수도권 사립대는 통째로 사기 어려우니까, 재정지원하는 대가로 입학권을 사세요. 그리고 말로만 찔끔거리는 호봉제 개혁 빨리 하시고. 공무원연금 개혁 빨리 하시고. 이쯤 되어야 ‘진보’라는 간판을 달 만한 거 아닌가요. 염치도 없으셔라. 

현충일에 대통령이 한 말씀 하셨더라고요. “애국 앞에 진보와 보수가 없다.” 와 정말 좋아요. ‘애국보수’만 있는 줄 알았더니 ‘애국진보’도 있나 보네요. 그런데 제가 바로 ‘미래의 대한민국’이걸랑요. 애국하는 셈치고 저희를 위해 양보 좀 해주세요. 싫다고요? 애국의 이름으로도 양보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떤 가치와 명분 앞에서 양보할 건가요?

결국 저출산이 문제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은행,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가 이구동성이더라고. 저출산 지속되면 2030년대 경제성장률 1%대, 이후에는 마이너스 성장, 국민연금 유지 어려움, 심지어 건강보험도 유지 어려움.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국가의 기능이 제대로 유지되기 어려움. 북한? 개방돼서 북한 투자 늘어나면, 남한 출산율은 더 낮아질 수도 있어. 

방법은 한 가지.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사회투자를 통해 저출산을 역전시키면서, 장기적으로는 인구구조의 보릿고개를 견딜 준비를 해야지. 이를 위해서 사회 곳곳의 양보를 조직해야지. 뭘 가치로? ‘애국’을 가치로. 이런 플랜에 반대하는 사람은 둘 중 하나일 거야. 미래 생각 안 하는 사람이거나, 나라 생각 안 하는 사람. 아니면 둘 다이거나. 

무엇보다 외치고 싶어. 한국의 청년들이여, 단결하라! 일베도 워마드도 탈조선 이외에는 이 방법밖에 없다! 사회를 갈아엎어라! 

싫어요. 우리는 결혼 같은 거 먼 나라 얘기고요. 그리고 여자는 아기 낳는 도구가 아니에요. ‘저출산’이 아니라 ‘저출생’이라니깐요. 

아, 잠깐. 당신 자꾸 ‘나라’ 찾는 걸 보니 꼰대 아니면 국뽕 아냐?

<이범 |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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