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서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문자메시지는 “Happy New Year”이다. 그리고 스웨덴 출신의 팝그룹 ‘아바(ABBA)’의 ‘Happy New Year’ 음악도 덩달아 몇 번 듣게 된다. 어쩌면 국민 팝처럼 인식되기까지 하는 아바의 노래들. 아니에타와 애니프리드, 단 두 명의 여성이 만들어내는 천상의 하모니는 듣는 사람들에게 즐거운 선율을 선사하였다. 최근에는 아바 노래 27곡으로 구성된 라는 제목의 뮤지컬영화가 전 세계에서 상영되고 있다. 맑고 청아한 음색의 아바 노래가 사람들의 마음을 밝게 해주지만 아바가 활동한 10년(1972∼1982년)의 활동 시기는 기혼 음악인들에게도 소위 ‘일·가족 갈등’이 시작되던 때였다. 복지의 천국, 공보육이 가장 선진적으로 ..
지난주, 재판 중이었던 친족성폭력 피해자의 어머니로부터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착잡한 마음 그지없었다. 사연인즉 이렇다.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의 딸이 아버지로부터 지속적인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가정폭력의 피해자이기도 했던 그녀는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조언으로 이혼재판을 시작하며 가해자에 대한 고소도 진행했다. 지난달 처음 만났을 때 씩씩한 기운이 느껴지는 그녀는 친족성폭력 사건의 개요를 정리해 내게 건넸다. 그녀는 친족성폭력 피해자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모든 기관의 문제점을 꼼꼼하게 짚었고, 일부 ‘피해자 국선변호사’(법률조력인)의 전문성 부족과 비윤리적 태도 등에 대해 토로했다. 피해아동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1심, 2심 모두에서 무죄가 선고돼 마지막 대법원의 판결..
오는 목요일(11월7일)은 ‘수능일’이다. 전국의 사찰, 교회, 성당, 교당 등에는 자녀의 고득점, 목표로 한 대학에의 합격기원으로 열기가 뜨겁다. 우리나라의 핵가족은 서구처럼 부부중심적인 것이 아니라 자녀중심적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사회에서 수험생이 있는 가족은 구성원들의 생활리듬, 식생활, 문화생활이 수험생 중심으로 운영되기 싶다. 수험생이 있는 가정에서 TV 소리, 음악 소리가 사라지기 쉽고 경제적·시간적 여유 부족으로 부모의 문화생활은 축소되어야 하며 부부들의 성생활조차도 불경스러운 것으로 간주되어 가족의 일상은 메마르게 되기 쉽다. 최근 부부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핵가족은 ‘미혼자녀’의 대입·취업 성공, 그것을 가능하도록 하는 프로젝트 수립에 집중되어 있다. 기업가 정신을 강조..
며칠 전, 딸은 독감에 걸려 일어나지 못했다. 마침 그날이 토요일이어서 나는 “그래, 그럼 아침 먹지 말고 누워 있어라”고만 말하고, 밀린 집안일을 했다. 그런데 딸이 갑자기 부스스 일어나 현관문을 열더니 쇼핑백을 하나 갖고 들어온다. 쇼핑백 안에는 남자친구가 직접 만든 미음이 든 보온병, 양념간장통, 보리물이 든 물통이 들어 있었다. “어머, 미음을 어떻게 만들었어?” 나의 물음에 딸은 “자기가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서 요리법 보고 처음으로 해본 거래요”라고 대답한다. 아마도 딸은 아침도 못 먹고 침대에 누워서 남자친구에게 문자메시지로 “아파서 아무것도 못 먹고 누워만 있다”라고 말했나보다. 어쨌든 나는 토요일 아침에 딸의 남자친구가 한 애정어린 돌봄노동에 입각한 가사노동(미음 제조 등)에 감동받아 하..
“국회에서 국회 직원이 언론에 고정칼럼을 쓰는 경우는 조 박사님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열심히 하세요.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며칠 전 국회 경내에서 마주친, 인품좋기로 소문난 한 수석전문위원께서 내게 격려차 건넨 인사다. 그분은 늘 직원들을 칭찬하고 지지해주시는 분이기 때문에 내게도 그렇게 말씀해주셨지만 부끄럽기 짝이 없어지고 내 마음은 무거워진다. 입법부 공무원이 특정 언론사에 칼럼을 쓴다는 것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내 사진과 내 이름의 글이 나오는 날에는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더욱 내 자리에 ‘짱 박혀’ 은둔을 즐기며 일하곤 한다.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의 의무가 있는 조직생활을 하기 때문에 자신의 언행에 더욱 보수적이고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데 소극적인 편이다. 조직의 흐름을..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민족고유의 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다음주가 추석이지만 벌써부터 추석선물, 추석연휴 보내는 방법 등을 놓고 안부가 오간다. 알고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명절은 골칫덩어리이다. 명절 때 멀리 이동해야 하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도로사정이 안 좋을 생각에 마음이 무겁고, 시집에 가서 해야 할 명절노동이 유난히 많은 사람들은 진즉 온몸이 아파왔다. 경제형편이 넉넉지 않아 가족들을 만나기가 부담스러운 사람은 명절이 더욱 징글징글하게만 느껴질 것이다. 친척들로부터 듣게 될, 안부를 빙자한 잔소리가 싫어서 명절 때 가족들로부터 탈출할 궁리를 하는 사람들. 우리나라에서 1990년대 중반 이후 명절풍속도가 조금씩 변해오고 있다.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1997년 말부터 IMF 시기, 즉 “사오정(사십대..
내 오랜 친구인 영으로부터 주말에 뜬금없이 낮술 먹자는 마지막 전화가 끊긴 지 15년이 넘었다. 영은 대학교를 졸업한 후부터 소위 ‘맞선’을 보기 시작했다. 20대 후반의 어느 주말 오후 영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주은아, 오늘 선보러 나갔는데 몇 년 전에 나왔던 남성이 또 나온 거야. 너무 깜짝 놀랐는데 더욱 황당한 건 그 남자는 나를 못 알아보더라.” 마지막 전화는 30대 초반 일요일 오후에 이루어졌다. “이제 내 인생에 선은 마지막인 것 같다. 나도 이상하지만 … 진짜 낮술 한잔 마셔야지, 안되겠다.” 영은 신통하다는 점술인으로부터 “41살에 결혼운은 끝난다”는 말을 들은 즈음 결혼을 포기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9월3일 발간한 ‘혼인동향 분석과 정책과제’에는 “저출산 현상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
“그냥 사람들이 쓰는 말에 대해서 그렇게 꼬치꼬치 따지고 비판해야 하나?”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 무더웠던 여름은 가고 가을이 오나보다. 벌써 추석명절 이야기가 들려온다. “시댁이 어디세요?” 딱 걸린다. 여성들이 본인 스스로 시집을 높이고 친정을 낮추는 행위이다. 조선시대 후기에 들어와서 만개했던 종법(宗法)이라는 가족의 규율하에 강화됐던 부계혈통은 호주제도에 의해 정당화됐다. 부성(父姓)강제, 부계(父系)입적 등을 원칙으로 하는 호주제도는 폐지됐지만 여전히 친정을 낮추고 시집을 높이는 ‘친정’과 ‘시댁’이라는 불평등한 언어는 일상 속에 잔존하고 있는 것이다. ‘시댁’이라는 표현은 ‘친정댁’과 함께, ‘친정’은 ‘시집’과 나란히 공존해야 할 것이다. “우리집 바깥양반은 추석에 시댁에 먼저 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