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 구조조정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한계기업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대량 해고가 예상됨에도 구조조정에 반대할 수 없는 건 더 이상 환부를 도려내지 않고는 업종 전체, 나아가 산업계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으면서 고용지원, 재원확보 등 숙제들이 여럿 생겼다. 그런데 가장 먼저 나와야 할 것이 빠졌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대주주의 책임지는 자세다. 한진해운은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남편의 뒤를 이어 2007년부터 경영을 맡았으나 2009년 적자로 돌아섰고 2013~2014년 1조80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회사가 2조원에 육박하는 적자의 늪에 빠진 2년간 최 회장이 보수와 퇴직금으로 받아간 돈만 97억원이다. 최 회장은 2014년 조양호 한진그..
대통령제 국가에서 차기 대통령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우리나라처럼 대권주자 지지율을 거의 매일 발표하고 그것이 뭇사람들에 의해 회자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이런 현상은 분명히 정상적인 것은 아니지만 자체가 하나의 현실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에 박근혜 당시 의원은 차기 대통령 지지도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했지만 2011년 말부터는 안철수 의원이 그 자리를 위협하곤 했다. 박근혜 당시 의원의 높은 지지도는 이명박 대통령의 위상을 위협했지만 동시에 정권이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에 여권 차기 주자로 가장 근접해 있는 사람은 물론 김무성 대표이다. 김 대표는 청와대의 의중이 담겨 있던 서청원 의원을 누르고 당 대표로 선출됐는데, 요즘 상황..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까지는 안 의원에 대한 지지도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 신당 창당은 일단 동력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가 추진하는 신당이 전국 정당으로 성공할지 또는 지역에 기반을 둔 제3당으로 자리매김을 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새 정당이 성공하기 위해선 명분이 있어야 하며, 명분에 부합하는 인물들이 참여해야 하지만 안 의원은 이 부분에 대해 아직은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새로 태어날 정당이 가야 할 길을 ‘중도’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중도’는 결과가 될 수는 있어도 명분이 되기는 어렵다. 중도 노선을 지향해야 국가를 올바르게 이끌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예로 드는 지도자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분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 그리고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등 비주류 의원들과 문재인 대표 측 주류 의원들이 벌이는 싸움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었다. 사정이 이렇다면 어떤 미봉책으로도 수습할 수 없고, 그런다고 해도 실망해버린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려놓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구실을 주어 안 전 대표를 당내에 묶어 놓는다 한들 무슨 소득이 있을지 알 수 없다. 야권 분열이 우려된다면서 안 전 대표에 대해 탈당만은 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것도 정직하지 못한 일이다. 안 전 대표가 갖고 있는 선택지는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첫째로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은 자신의 정치적 실험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무대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그가 ..
총선을 앞둔 요즘 여권은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의원과 관련해서 격정적으로 토해낸 ‘배신의 정치’란 울타리에 갇혀 있다.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는 국민의 심판이 필요하다”고 직설적으로 언급하자 여당 의원들은 유승민 의원을 원내대표직에서 축출해 버렸다. 삼권분립이 보장되어 있는 민주국가의 집권당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으니, 유신시대로 회귀했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은 내년 총선에 나갈 새누리당 공천 신청자들에게는 헌법과 같은 규범이 될 터인데, 그런 현상이 문제의 대구 동구을에서 처음 나타났다.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 도전장을 낸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이 출마선언을 하면서 “배신의 정치를 응징하고 의리를 지키는 일꾼이 되려 한다”고 일갈을 했으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최근 한두 달 동안에 엉망이 되어 버렸다. “오픈프라이머리에 정치생명을 건다고 했다”가 그것이 여의치 않으니까 “전략공천은 절대로 안 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당헌당규가 정한 우선공천은 할 수 있다”고 후퇴했으니 말이다. 애당초 오픈프라이머리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장담한 것 자체가 경솔했지만 김 대표가 이렇게 된 데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껄끄러운 관계가 결정적이었다. 상식적으로 본다면 박 대통령은 내년 총선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를 한다면 후반기 국정 운영이 차질을 빚겠지만 지금 야당의 상황을 보건대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최근에 있었던 유승민 파동과 대구 방문에서 보듯이 박 대통령은 내년 총선에서 자신의 세력을 새누리당 내에 구..
2015년 대한민국은 한 해가 다 가도록 정쟁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여당은 친박과 비박으로, 야당은 친노와 비노로 나뉘어서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어 정치에 대한 혐오감만 키우고 있다. 원래 정치란 대립과 갈등을 조정해서 원만하게 이끄는 것인데, 요즘 우리가 보고 있는 모습은 끝이 안 보이는 대립과 갈등뿐이다. 이런 대치 정국의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흔히 ‘오픈프라이머리’라고 부르는 완전개방형 국민경선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내년 총선 공천을 여야가 같은 날에 시행하는 오픈프라이머리로 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오픈프라이머리는 아직까지는 김 대표의 개인 생각일 뿐이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가 이를 당론으로 채택한 적도 없고, 당내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적도 없다. 김 대표가 정녕 오픈프라이머리..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절반이 지나고 있다. 하는 것이 없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센터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대기업을 동원해서 만들어낸 창조경제센터가 우리 경제를 살릴 것으로 믿는 사람은 박 대통령 말고는 별로 없다. 반면 박근혜 정부가 꼭 했어야 할 시대적 과업인 공공분야 개혁은 이미 물 건너간 양상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 후에 비등했던 공공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망을 정책으로 받아내지 못했다. 경제민주화, 검찰개혁 등 중요한 공약을 파기한 박 대통령은 ‘예스맨’들을 전진 배치해서 권력 누수를 막는 데만 급급한 모습이다. 실패한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를 내세우고 들어선 정부의 실력이 이 정도라면 정권 교체가 기정사실처럼 느껴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정반대인데, 야당이 혼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