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에서 벌어지고 있는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사태는 한국 경제의 대표선수들인 대기업들이 새로운 환경에 대처해서 어떻게 변화해 나가야 할지를 생각하게 한다. 첫째, 소위 재벌 체제의 고질적 문제인 지배구조 문제를 생각해보자. 재벌이라 불리는 대규모기업집단은 한국의 경제성장에 큰 기여를 했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계열사의 수가 늘어나고 규모가 커지면서 부작용도 동시에 가지게 됐다. 대표적인 것이 계열사 간 출자를 통해 소유주 일가의 지배력을 부풀리는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돈을 투자한 만큼만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에 부합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최대 주주는 소유권보다 훨씬 많은 의결권을 행사한다. 하지만 한국의 대규모기업집단은 이 의결권 부풀리기의 ..
다행히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어가는 모양새다. 지난 두 달간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메르스 정국’이라는 단어를 당연하다는 듯 사용해왔다. 그러나 실제로 메르스 정국이라고 부를 만한 정치적 변화가 있었는지는 의문스럽다. 메르스 정국이라고 하려면 초미의 관심사였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메르스가 정국의 흐름을 가르는 분수령이 되었거나 메르스를 중심으로 정치적 균열이 만들어졌어야 그런 이름을 붙일 수 있을 터인데, 아무리 돌이켜봐도 그런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메르스 사태가 정치적인 것처럼 보였던 이유는 무엇보다 대통령 지지율의 하락 때문이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때와 비교해보자. 광우병과 메르스는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신종 질병에 대한 국민의 두려움, 이에 대한 정부의 둔감성, 그로 인한 지지..
비박투톱의 등장 이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청와대를 향해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 첫 타깃은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증세 없는 복지’이다. 작년 10월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가 하루 만에 후퇴한 지 100일밖에 안되었지만, 그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취임 후 처음으로 30%를 밑도는 지지율을 기록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이루어진 여권 내부로부터의 타격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은 이를 본격적인 레임덕의 시작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사안을 레임덕이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태도는 이제 벗어날 때도 되었다. 정권 출범 이후 아마도 처음으로 당이 당·청관계를 주도하는 듯한 모습을 한번 보였다고 해서 곧바로 레임덕 여부에만 관심이 쏠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삼권분립 국가에서 입법부의 다수당..
며칠 전 신년 국정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부자증세를 통한 중산층 살리기를 역설했다. 자본이득세 세율을 올리는 등 앞으로 10년간 345조원의 세금을 더 거두어 중산층, 서민을 위한 보육이나 교육에 투자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이다. 연설하는 그의 목소리는 힘찼지만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다. 최근 선거에서 상하 양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부자증세에 호락호락 동의해줄 것 같지 않고, 대통령 임기도 2년밖에 남지 않았다. 해는 저무는데 갈 길은 멀다. 좀 일찍 서둘지. 오바마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와 공황이란 비상사태를 맞아 ‘변화’라는 구호를 내걸고 대선에서 압승을 거두었고 재선에도 무난히 성공했다. 가난한 흑인 가정에서 자란 오바마에게 거는 기대가 자못 컸으나 6년 동안의 실적은 의료보험 개혁 이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