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소선거구제를 근간으로 하는 현행 제도에 문제가 많다는 데 대해서는 모든 정치 진영이 공감한다. 하지만 이 제도를 어떤 제도로 대체할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크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대안이라는 일치된 의견을 가지고 있어 문제가 비교적 쉽게 풀리나 했더니,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정치적 계산을 하면서 한 발 빼는 듯한 모습을 보여 혼란스럽다. 지난 대선에서 모든 정당이 개헌을 하겠다고 공약해 놓고는 제대로 논의도 않고 기회를 날려 버렸는데, 이러다간 선거법 개정도 물 건너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민주당은 머뭇거릴 어떤 정당한 이유도 갖고 있지 못하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했고 그 계승자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는 지난 30..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기다리는 심정이 참으로 착잡하다. 우리에겐 너무도 간절한 한반도 평화체제의 성공적 수립을 위해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승리하는 게 낫겠다 싶다가도, 그 승리가 미국에서 민주주의가 더 가파르게 무너지는 계기가 되지는 않을까 싶어 마음이 편치 않다. 반대로 민주당이 이긴다면 미국 민주주의의 급격한 붕괴는 어느 정도 막아내겠지만, 트럼프에 대한 강한 반감 때문에 민주당이 한반도 평화체제의 수립 과정을 방해하고 나서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세계 최초의 민주공화국 미국이 어쩌다 이렇게 민주주의 문제 때문에 세계의 우환 거리가 되었을까? 미국에서 극우 포퓰리즘이 득세한 데 대해 많은 학자들은 하나같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더불어 진행된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를 그 근본 배경으로 지목한다. ..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북·미 간의 비핵화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의 수립이 점점 더 분명하게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이제 한반도에 전쟁이 끝났다는 종전선언을 넘어 평화협정이 체결될 것이고, 우리는 지금껏 가보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역사의 노정에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단순히 전쟁 없는 상태가 평화는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어떤 ‘적극적 평화’(요한 갈퉁)의 상태여야 한다. 다시 말해 분단이 만들어내는 구조적 폭력마저 제거해서 한반도의 모든 사람에게 존엄한 삶을 가능하게 해 줄 지속적인 삶의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아마도 남과 북이 상호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될 때 가장 적극적인 의미의 평화가 도래할 조건이 마련될 것이다. 민족통일은 한..
결국 김상곤 부총리가 ‘경질’되었다. 안타깝고 씁쓸하다. 지지율이 하락하든가 하면 국면 전환을 위해 개각을 해왔던 그동안의 우리 정치 관행을 문재인 정부도 비껴가지 않았다. 교육같이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장관이 이런 식으로 단명해서야 최소한의 개혁이라도 가능할지 걱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고, 새 장관이 당장 관료들을 장악하는 일조차 만만치 않을 텐데 말이다. 이번 경질의 빌미가 되었던 대학입시문제에 대해서는 사실 교육부가 어떤 결정을 내놓았더라도 사회적인 논란과 일부 집단의 반발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그 문제는 우리 사회의 심층적이고 구조적인 폐단과 관련이 있으며, 다양한 세력들이 다투고 충돌할 수밖에 없는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단순화해서 말..
‘진보가 어떻게 그럴 수 있나?’ 한국 진보정치의 발전을 위해 온 인생을 바쳤던 노회찬 의원을 죽음으로 내몬 조선일보식 질문이다. 참으로 비수 같은 프레임이었다. 진보라면서 어떻게 부인이 전용 운전기사를 부릴 수 있냐는 시비야 사실 너무 억지스러워 실소하며 넘어갈 일이었다. 그러나 현행법상으로는 불법이 명백한 정치자금 수수 문제 앞에서 그런 식의 프레임은 고인같이 고결한 영혼을 가진 사람에겐 빠져나올 수 없는 덫이었을 테다. 진짜로 잘못이 커서가 아니라, 평생을 정의와 진보를 위해 싸워 온 정치인으로서 삶 전체가 조롱당하는 걸 피할 수 없으리라고 여겼으리라. 무엇보다도 자신의 사소한 실수 때문에 정의당과 진보정치 전체가 온갖 비열한 비난과 공격에 노출될 게 분명했다. 고인으로선 어떻게든 그런 귀결을 피하..
드디어 그토록 노심초사하며 기다려왔던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한반도의 비핵화와 종전 및 평화체제 수립의 과정은 불가역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대로 운전대를 잡지 못했다면 일어나지 못했을 일이다. 국민들의 성원이 뜨겁다. 덕분에 이번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된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이번 선거 전과 후로 나뉠 것이다. 이번 선거는 그동안 우리 사회와 정치를 모든 면에서 비틀어 왔던 비정상적 분단체제가 항구적 평화체제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치러진다. 여기서 냉전 극우주의 세력인 자유한국당이나 보수를 혁신한다면서도 안보보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바른미래당은 정치적으로 설 자리가 없음이 확인될 것이다. 보수 진영이 기왕의 부패에 더..
한반도에 역사적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분열과 적대의 70년을 뒤로하고 항구적 평화와 화해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말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 곳곳에는 분단체제에 기생하여 색깔론 따위로 이득을 얻어 왔던 세력들이 여전히 강고하게 똬리를 틀고 앉아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있다. 우리 사회가 과연 이 새로운 시대를 제대로 맞이할 수 있는 내적인 문화적 역량을 가지고 있기는 한지 참으로 걱정이다. 한반도 전체에는 평화체제가 도래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 사회 내부적으로는 적대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는 이질적인 것들의 상생적 공존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의 문제를 아직 충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오랜 분단체제 때문에 그동안 ‘타자’를 포용하지 못하고 배제하며 혐오..
미투 운동이 진행되면서 그에 대한 해석 투쟁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늘 크고 작은 성 관련 추문으로 시끄러웠던 자유한국당 쪽에서는 신이 나서 좌파의 성문화가 원래 문란하다고 조롱하고, 가끔 여성혐오적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던 김어준은 거봐란 듯이 ‘공작’ 운운하며 맞불을 놓는다. 모두 헛소리다. 그런 언설들 자체가 지금 미투 운동이 일어나게 된 중요한 배경을 보여줄 뿐이다. 고은 시인이나 연극연출가 이윤택, 특히 안희정 전 지사의 범죄적 행각에 대한 고발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도덕적 이중성이 진보진영 전반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연하다. 그러나 어딘가 밋밋해 보이기도 한다.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이번 사태는 진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