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제시하는 스포츠 정책 비전은 ‘모두를 위한 스포츠, 촘촘한 스포츠 복지 실현’이다. 온 국민이 스포츠를 즐기고, 스포츠의 가치를 함께 누리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2021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생활체육참여율’은 60.8%다. 즉 주 1회,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스포츠 활동을 한 인구가 열 명 중 여섯 명이니, 열 명 중 네 명은 규칙적인 스포츠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에 정부는 국민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어느 생애주기 단계에서도 스포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유인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생애주기별 스포츠 활동의 정착을 위한 첫 단추는 학교체육 활성화다. 유·청소년기는 신체 발달이 이루어지고 운동 습관이 형성되는 시기로, 이 시..
1992년 춘천 출생, 형과 함께 아버지로부터 축구 교습 시작, 서울 동북고 1학년 때 대한축구협회 해외 연수 프로그램으로 독일행, 동북고 중퇴 및 독일 잔류, 독일 4부리그 함부르크 SV에서 프로 데뷔, 이듬해 1부리그 함부르크로 콜업, 2013년 독일 명문 레버쿠젠 이적, 2015년 잉글랜드 토트넘 이적, 2022년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축구팬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손흥민(30)의 프로필이다. 그의 인생에서 최대 터닝 포인트는 독일 1년 연수 후 한국 컴백이 아니라 독일 잔류를 결심한 것이다. 17세 나이에 그런 험난한 길을 왜 자초한 걸까. 그건 세계 최고 선수로 성장하려면 한국보다 독일에 있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독일은 손흥민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유스 시스템은 훌륭했고 리그 시스템도 ..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박찬호가 물었다. “그런데, 이 기자는 야구가 뭐가 그렇게 좋아요?” 수없이 들었던 질문. 그때마다 반복했던 대답. “야구는 매일 하는 종목이잖아요. 오늘 졌어도, 내일 또 경기가 있는. 그래서 지는 법을 배워요. 그게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하고, 야구가 그걸 알려줄 수 있어요.” 우리 사회는 패자에게 잔인하다. 대한민국 승패의 윤리학. “승자는 다 가지고 누릴 것. 패자는 닥칠 것.” 11-0으로 이기든, 연장 접전 끝 5-4로 이기든 점수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슈퍼 울트라 승자 독식 사회다. 승부와 시험이 다르지 않다. 커트라인을 넘었다면 뭐든 해도 되는 ‘위너’가 되고, 1점차로 못 미쳤다면 ‘루저’다. 시험은 능력 평가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사실은 신..
‘R을 쓰려면 당연히 먼저 R을 내려받고 설치해야 합니다.’ 기사 작성기나 워드프로세서가 아닌 프로그램에서 깜빡이는 커서를 마주한 것은 아주 오랜만이었다. 그러니까, 기억을 되짚어보면 20세기의 마지막 해가 마지막이었다. (신문사가 아니었던) 첫 직장에서 신입사원 직무교육으로 C와 Java스크립트를 잠깐 배웠다. 그때 첫 느낌을 떠올려보면, 알파벳 같기는 한데 읽을 수 없는 러시아어를 마주한 느낌. (지금은 사라진) 전화번호부의 무게감을 닮은 교재에 따르면 R은 ‘통계 계산과 시각화 작업용 무료 소프트웨어’다. 교재의 저자는 “문과생이 통계 분석하고 결과를 예쁘게 보여줄 수 있게 만든 코딩 언어”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형도 할 수 있어”라는 격려와 함께였다. “모든 시작은 기적의 문을 여는 열쇠이다...
구글에서 일하는 데이터과학자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페이스북을 싹 뒤졌다. 메이저리그 야구팀에 ‘좋아요’를 누른 남성 팬들을 나이별로 분석했다. 같은 뉴욕 연고지인데도 양키스 팬이 메츠 팬보다 1.65 대 1로 더 많았는데 58세와 42세에서는 비율이 역전됐다. 볼티모어 팬은 1962년생이, 피츠버그 팬은 1963년생이 많았다. 다비도위츠가 연구한 모든 팀의 핵심 팬층은 팀이 우승한 해에 만 7~8세였다. 메츠는 1969년과 1986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다. 그때 7~8세였던 소년들은 메츠가 ‘운명’이 됐다. 슬프게도 1986년 이후 양키스는 5번이나 우승했지만 메츠는 한 번도 없다. 2022년 40세가 된 한국 야구팬이라면 아마 LG 팬일 가능성이 높다. 8세였던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해..
나는 이 지면을 통하여 스포츠가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사회 속으로 들어가서 변화하는 사회적 상식과 욕망에 기반하여 스포츠가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것이 스포츠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며 바로 그렇게 사회적 열망과 부응할 때 스포츠 산업이 확장되고 청년 스포츠인들의 일자리가 확충되고 그들의 활력과 신념에 의하여 사회 전체가 새로 연결되어 신체적 안전망과 심리적 관계망이 형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나의 이러한 주장은 독자적이고 독창적인(설마 그럴 리가) 주관이 아니고 이미 ‘스포츠 선진국’에서 한 세대 이전부터 구현된 것이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도 수년 동안 다양한 방식을 통하여 각국의 스포츠 기구와 그 책임자들에게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IOC는 2014년..
프로야구 선수가 음주운전으로 입건됐는데도 징계가 8경기 출장 정지에 그치던 시절이 있었다. 2010년 A선수가 음주 뺑소니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자 한국야구위원회는 상벌위원회를 열어 A에게 잔여 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당시 잔여 경기 수는 정규리그 8경기, 포스트시즌을 포함해도 총 18경기에 불과했다. 10여년이 흐른 지금 이런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 팬들이 프로 선수들에게 들이대는 도덕성의 잣대가 더 엄격해졌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팬들의 의견을 구단에 전달할 통로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팬들의 목소리가 과거보다 커지면서 구단이 ‘팬심’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구단의 대처가 과거보다 신속하고 강력해졌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된 데는 프로야구가 국..
장안의 화제인 (스우파)를 빼놓지 않고 다 봤다. 강렬한 캐릭터와 높은 수준을 탑재한 댄서들의 에너지가 화면 밖으로 터져 나왔다. 분야와 장르를 불문하고, 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토록 모두가 ‘즐기는’ 모습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의 즐거움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블루’의 처방전과도 같은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모두의 관심과 성원을 받으면서 자신의 기량을 1000% 펼치고 나서 경쟁했던 상대방과 뜨거운 포옹을 하는 장면이란, 우리의 생애에서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강렬한 감정이다. 그것도 거의 모든 육친적 관계가 끊어진 코로나 상태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그래서 우선 그들이 즐거웠고 보는 사람도 즐거웠다. “경기를 즐겨라.” 우리 스포츠 역사에서 이 말의 의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