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2년이 다 돼가는데 왜 아직도 아침마다 시민들이 남은 병상 수를 걱정하고, 병상 몇 %가 찼다는 것이 주요 뉴스가 되어야 하는지를. 또 왜 거대 양당의 대선 후보들은 우리 사회 최대 현안인 코로나 위기 극복과 의료 문제에 대해서는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지 말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지난 한 달간 행정명령을 통해 확보한 중증 병상은 단 27개다. 4주 내에 확보하겠다고 한 준중증 병상도 목표치의 절반만 확보한 상태다. 3조원 가까운 돈이 주로 민간병원의 병상 확보 등 치료대응에 들어갔는데도, 병상 확보에 이렇게 애를 먹고 있으니 복장이 터진다. 300병상 규모 공공..
탄핵 이후 보수야당에서 기억나는 것은 딱 세 장면이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으로 이어지는 당명 변경,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8월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무릎 꿇고 울먹이며 사죄한 일, 36세 이준석 대표가 지난 6월 국민의힘 대표로 선출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건들은 일회성 이벤트로 그쳤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무능·무사안일하고, 윤석열 후보는 잇단 실언으로 자질 논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수혁신의 열망으로 선출된 이준석 대표는 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들의 패싱 논란에 반발해 당무를 거부한 채 칩거하고 있다. 자식과 마누라 빼고 다 바꾸겠다던 보수야당에서 바뀐 것은 이름뿐이다. 국민의힘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지난 몇년간 대선과 지방선..
지금은 데이터의 세기다. 하루하루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가 쏟아져 나오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전 세계에서 1년 동안 생산되는 데이터양은 10의 21제곱이자 기가(10억)바이트의 1조배인 제타바이트(ZB) 단위로 얘기된다. 2016년 16ZB에서 지난해 59ZB로 늘어난 데 이어 2025년에는 163ZB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말 그대로 빅데이터다. 사물·현상·사건·인간관계 등을 관찰한 기록을 뜻하는 데이터는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인터넷·디지털 시대, 정보기술(IT)의 비약적인 발달과 더불어 급속도로 위력을 키우고 있다. 이제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로 불린다. 수집·분석·가공을 통해 높은 가치와 부를 창출하는 자원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양질의 데이터를 많이 확보한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시대다. 데..
전 세계의 이목이 영국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쏠려 있던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희소식이 전해졌다. 7년 전 ‘플린트시 수돗물 납 오염 사태’와 관련해 시민들이 주정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6억2600만달러의 보상 합의안을 승인한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높은 관심 탓에 크게 조명받지 못했지만 세계 환경오염 역사에 획을 긋는 뉴스였다. 인구 10만명에 불과한 미 북동부 미시간주의 소도시에서 발생한 수돗물 납 오염 사태는 현대 미국에서 일어난 최악의 환경재앙 중 하나로 불릴 만큼 관심을 끌었다. ‘제2의 카트리나’ 논란을 부를 정도로 미국의 뿌리 깊은 인종적·경제적 불평등뿐 아니라 사후 처리 과정에서도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내는 등 정치적 파장이..
보드게임 중에 ‘인생게임’이란 것이 있다. 룰렛에 나온 숫자대로 게임판 위를 돌며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에 진학한 뒤, 혹은 고교 졸업 후 직장에 들어가 결혼하고 자녀를 낳고 집 사고 보너스를 받으며 은퇴할 때까지 인생 스토리를 담은 게임이다. 1960년 미국에서 출시돼 세계 각국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보드게임의 클래식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있어서일까. 유난히 눈길이 간 부분은 게임판 중간쯤에 있는 직업 바꾸기 코너다. 대졸 또는 고졸로 시작은 달라도 한곳에서 만나고, 또 재교육을 받아 연봉을 높이거나 직업도 바꿀 수 있다. 직업에 따른 연봉 차이가 씁쓸하긴 하지만 새로운 선택을 통해 인생 행로를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다. 순간 감동했다. 현실과 너무 달라서다. 패자부활이나 역전의 드라마는..
저는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시민입니다. 태극기 아니에요. 합리적 보수를 지향합니다. 요즘 조바심이 나 견딜 수가 없어요. 내년 3월 대선에서 좌파세력인 더불어민주당에 패한다면 이 나라가 어디로 갈지 걱정이 됩니다. 얼마 전까지 대선 승리를 낙관했습니다. 지난 4월7일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했고, 무엇보다 여당에 우호적이던 서울 전 지역구의 표심도 야권에 기운 게 확인됐기 때문이지요. 조국 사태로 만천하에 드러난 여권의 위선과 내로남불에 대한 사람들의 염증은 대단했고요. 이대로라면 내년 대선에서 보수 부활은 문제없을 거라고 확신했어요.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물론 한때는 그를 저주했어요.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로 이명박 정부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고, 박..
해마다 이맘때면 내년을 예측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모두는 아닐 테지만 웬만한 내년 전망서에 어김없이 들어 있는 키워드가 눈에 띄었다. 메타버스(Metaverse)다. 올해 출발기를 거친 메타버스 시대가 내년부터 본격화한다는 얘기가 많다. 지난해 말부터 세계적으로 퍼진 메타버스가 급속도로 확산해 최신 트렌드를 넘어 사회·경제 전반의 대세로 자리잡는다는 전망이다. 한때 반짝하는 유행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20년쯤 시장을 주도하리라는 예상도 있다. 얼마 전만 해도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던 메타버스가 어느새 실제 일상생활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메타버스가 무엇인지는 익히 알려져 있다. ‘현실 너머 세상’을 뜻하는데 ‘가상현실’이나 ‘가상세계’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나의 아바타가 존재하는 게임이나 소셜..
올해 노벨 평화상은 언론인에게 돌아갔다. 필리핀의 두테르테와 러시아의 푸틴이라는 독재자에 맞서 언론 자유를 위해 용감하게 싸운 두 나라 언론인이 공동 수상했다. 언론인이 이 상을 받은 건 86년 만이라고 한다. 내심 스웨덴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받길 기대한 터라 적잖이 실망했다. 그럼에도 언론 종사자로서 반가웠다.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노벨위원회가 고마웠다. 다만 하고많은 언론인 중에 하필 이들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독재자는 언제나 존재했고, 이에 항거한 언론인도 늘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다. 영어의 몸이 된 채 잊혀가고 있는 한 언론인 때문이다. 줄리언 어산지. 2010년 기밀폭로 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를 통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전쟁 일지, 국무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