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4일은 ‘세계 기후행동의날’이었다.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독일 베를린에서 수천명의 기후활동가와 함께 기후파업 집회에 나섰다. 독일 총선을 앞두고 기후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을 향해 일침을 가하는 압박 행동이다.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홍수와 산사태를 지난여름 목격하고도 독일 정치권이 정신 차리지 못하자 거리로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기후행동이 곳곳에서 집회를 열고 1인 시위도 벌이고, 정부 주도의 기후위기 대응판을 전복하기 위한 ‘기후시민의회’ 구성도 제안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더 적극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안타깝게도 널리 퍼지지는 못한 것 같다. 과감한 탄소 감축, 미흡한 탄소중립기본법 당장 폐기 등의 주장은 정치권의 ‘대장..
고위 공직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국가인권위원장, 금융위원장, 대법관이 검증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집권 후반기이고 이미 대선 정국이라 관심은 별로 없는 것 같지만, 몇몇 검증 이슈가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검증기준은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세금 탈루 등이다. 연구업적이 있는 경우에는 표절 논란도 빠지지 않는다. 인사 검증이 때론 정치 공방으로 변질하기도 하지만 고위 공직 후보자가 지녀야 할 자질을 따져보는 절차이니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이다. 공직 후보자가 논란이 되는 행위를 한 시점으로 되돌아가 보면, 당시에 그들은 5년이나 10년 뒤 논란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사 청문의 대상이 될 거라고 누가 기대했겠는가. 예상했다면 그런 ..

대선의 시간이다. 대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었다. 너도나도 나서면서 여야의 잠룡들은 셀 수 없을 정도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선 절차는 시작되었고 국민의힘은 8월에 경선 버스가 출발할 예정이다. 야권에서는 장외에 있는 후보들이 이 버스에 승차할지가 관심사다. 여당의 경선 일정은 예비경선 후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되었지만 어쨌든 여야 모두 경선 레이스가 진행 중이다. 야권에서는 민심을 탐방하는 후보도 있고, 입당으로 후보군에 합류한 이도 있다. 어디가 유리할지 저울질하는 후보도 있다. 여당은 후보 간 네거티브 공격이 격화되다 보니 원팀협약식을 연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무엇보다도 임기 말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40%가 넘어서자 ‘문심’ 얻기 경쟁이 뜨겁고 적통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후보들의 행보는 중계방..
“대통령이 책임져라”, “장관 사퇴하라”, “국민 앞에 사죄하라”. 무슨 일이 터지면 흔히 들리는 목소리다. 야당이 즐겨 쓰는 공격무기다. 언론도 나서고 국민청원도 등장한다. 어떤 잘못에 대한 책임인지도 모르면서 장관이 경질되고, 최고 지휘라인이 사퇴하면 일단 진정된다. 연대책임을 묻고 문책성 인사로 사태를 마무리한다. 그렇다고 재발이 방지되나. 성범죄에 관한 한 전혀 그렇지 않다. 적어도 군대 내 성범죄가 그렇다. 온갖 제도와 장치를 마련하고 예방 교육도 강화했건만 잊을 만하면 또 터진다. 성범죄 피해 여군이 자살하는 비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불과 몇 해 전에는 남성 장교로부터 준강간 당한 여군 장교가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군 성폭력 피해자가 자살로 내몰리지만, 국방부와 군 당국은 사건이 발..
허위정보가 넘치고, 뉴스의 허울을 쓴 가짜뉴스가 판친다. 전통 언론은 팩트체크라는 형식으로 진위를 검증해 보여주지만 이미 퍼져나간 가짜와 허위의 위력을 잠재우지 못한다. 거짓이 진실을 압도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공권력도 가짜와의 싸움을 벌이지만 역부족이다. 최근 한강실종사망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있는 수사기관이 그러하다. 각종 음모론과 추측이 끊이지 않고 방구석 코난과 돈벌이 유튜버들이 쏟아내는 가짜뉴스와 허위정보에 대응하느라 경찰은 힘이 빠진다. 독자적인 수사권을 부여받은 경찰에 대한 불신이 초래한 사태이지만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급기야 허위사실 유포 행위를 수사해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코로나19와 관련된 허위정보와 가짜뉴스도 방역 당국을 힘들게 하고 있다. 전염병처럼 전파력이..
국정감사 때가 되면 증인으로 채택된 대기업 총수들은 줄줄이 해외 출장을 간다. 불출석에 대한 벌금형은 1000만원 정도밖에 안 되니 별 부담도 안 된다. 생중계되는 국정감사 현장에서 곤욕을 치르는 것보다 그 정도의 벌금은 내고야 말지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서민들에게는 몇 달 치 월급이고 꽤 번다는 사람의 한 달 치 월급 정도이니 큰돈이지만 그들에게는 막말로 껌값이다. 현행 총액 벌금제가 갖는 맹점이다. 부자와 빈자의 1만원이 다르게 느껴질 텐데 같은 불법행위에 대한 벌금형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부과된다. 피고인의 재산 상태나 월 소득과 상관없다. 그래서 형식적·절대적 평등이지만 실질적·상대적 불평등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평균적 정의 관념에는 부합하지만 배분적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 같은 것은 같게, 다..
처벌법을 제·개정할 때 들리는 집단적 반발 중의 하나가 우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목소리다. 정부와 여당이 4월 국회에서 공직자 투기근절 제도화 수준을 더 높이는 방안으로 공직자의 재산등록 의무를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하고 재산을 공개하도록 추가 입법하겠다고 발표하자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LH 사태로 불거진 공직자 등의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당정의 처방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잠재적 투기꾼으로 몰아세운다는 비난, 부동산 투기와는 거리가 먼 하위직 공무원까지 싸잡아 잠재적 범죄인으로 보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한다는 반응, 그리고 교사의 재산이 공개되면 개인정보 노출로 범죄에 악용되거나 재산 수준에 따른 교사 평판 등 교권 침해의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황당한 지적까지 반발이 심상찮다..
수사권을 지키려고 정치적 수사(修辭)만 내뱉은 검찰총장의 사직서였다. 반성은 없고 반발만 드러낸 사퇴의 변이었다. 과연 검찰이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을 파괴해 온 숱한 과오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그 피해로 고통받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을 무너뜨린 건 오·남용한 검찰권 아니었던가. 검찰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해왔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낯뜨거운 퇴임사다. 군부독재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국정농단 사태를 기억해 보자. 권력의 사유화로 파괴된 민주주의와 법치를 살려낼 기회를 걷어찬 검찰이었다. 미적대다 마지못해 수사하는 시늉만 내다가, 결국 언론과 특별검사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보수정권에서 그러했다. 비굴하다 싶을 정도로 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