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국토 개발을 경험한 사회가 갖는 공통적 특징은 ‘새것에 대한 맹목적 숭배’로 나타난다. 1970년대 이후 ‘새로운 도시’의 창궐은 ‘신’(新)이나 ‘뉴’(New)라는 접두사를 무한대로 사용케 했다.”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는 1990년 처음 서울을 방문했을 때 본 대단지 아파트에 충격을 받아 저서 을 쓰면서 아파트가 그 거대함을 어떻게 확장해 나가는지 방식을 이렇게 분석했다. “현대화의 매개체 또는 수단이며 상징”인 한국의 아파트는 동시에 “재화”이고 “어떤 의미에서 투기의 목적”이라는 이야기도 책에 담았다. 이방인의 눈에도 목격된 아파트의 ‘욕망’은 결국 단지 밖 사람들을 배척하는 촉매가 돼 이곳을 섬처럼 고립시켜버리기도 한다.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진 서울 영등포구 한 아파트의 주민 안내..
온라인 PC게임 ‘트리오브세이비어’(트오세·사진) 인터넷 게시판에 지난 26일 한 편의 글이 올라왔다. 트오세의 개발사 IMC게임즈 김학규 대표가 직접 나서서 직원의 ‘사상’을 검증하는 내용이었다. 최근 해당 직원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으로 페미니즘 관련 계정을 팔로하거나 몇 건의 게시글에 공감·공유 버튼을 누른 것 때문에 논란이 된 사람이었다. 김 대표의 글은 자못 비장하다. “사회적 분열과 증오를 야기하는 반사회적인 혐오 논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방지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 직접 ‘문제의 사원’과 인터뷰를 진행키로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에선 이렇게 되묻는다. “여성민우회, 페미디아 같은 계정은 왜 팔로했나요?” 이 같은 사건이 게임업계에서 ‘특별한 일’은 아니다. 게임·문화계에서 일..
3·1절 이후 주말까지 서울 도심이 태극기로 분분했다. 그로 인해 소셜미디어도 분분했다. 지난 1일 오후 친박 정당 대한애국당과 보수 단체들이 서울역 앞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주최한 집회가 열렸다. 3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죄와 문재인 정권의 반대를 외치는 보수단체들의 집회가 열렸다. 보수 세력 내에서는 연이은 집회의 참가 규모에 고무된 듯하다. 보수 인터넷 언론들은 “태극기 집회가 흥행했지만 기성 언론이 외면했다” “범국민 저항운동이 될지 주목된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집회 후 한 보수 월간지 기자는 “집회가 전보다 젊어지고 짜임새가 있어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참가자들이 모인 모습을 보면 이렇게 평가하기엔 어려울 듯하다. 이들은 행진을 하다 광화문광장에 설치돼 있던 세월호 참사..
지난 19일 열린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준준결승 경기. 김보름(25)과 노선영(29), 박지우(20) 선수로 구성된 대표팀은 7위에 그쳐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사람들은 분노했다. 메달을 못 땄기 때문이 아니다. 이날 보여준 선수의 태도가 문제였다. 이날 경기에서 노선영 선수는 두 선수보다 50m 넘게 뒤처져 마지막으로 골인했다. 마지막 주자가 팀 전체의 기록을 결정하는 팀추월 경기 특성상 체력이 떨어진 동료를 북돋우며 함께 기록을 끌어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나머지 두 선수는 늦게 들어온 노 선수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이어진 인터뷰에서도 노 선수 탓을 하고, 비웃는 듯한 표정까지 지었다. 국민들의 분노는 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김보름과 박지우의 자격 박탈, 빙상연맹 관계..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앉아 웃음꽃을 피우는 가족의 모습. 으레 떠올리게 되는 명절의 풍경이다. 올해 새해의 풍경은 조금 각별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함께한 새해였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스토리’라는 말도 있지만, 올해 평창 올림픽에선 많은 스토리들이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먼저 지난 15일 열린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의 캐나다와의 경기(사진)가 그러했다. 전통적인 강호인 캐나다팀을 한국팀이 8 대 6이라는 스코어로 이겼다. 의외의 결과와 함께 한국 대표 선수들이 컬링을 하게 된 계기도 더불어 이슈가 됐다. 김영미 선수 등이 학교 방과 후 활동으로 처음 컬링을 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실제이지만 비현실에 가깝게 느껴졌다. 한 트위터리안은..
국내에서 열리는 두번째 올림픽인 세계인의 축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지난 9일 시작됐다. 그리고 그 시작을 화려하게 알린 평창 올림픽 개회식은 이어지는 주말 내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발하게 회자되었다. 개회식 공연의 만듦새는 누리꾼들로부터 대체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공연에선 고구려 벽화부터 시작해 거북선, 천상열차분야지도, 달항아리 백자까지 다양한 문화재들이 소개됐다. 녹화 영상으로 선보인 사상 최대 오륜기 드론쇼도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개막식이 그저 그런 영상들로 채워졌을 줄 알았는데 ‘사이버펑크’ 등 세련된 이미지들에 놀랐다” “올림픽에 관심 없는 척하다가 다들 개막식을 보고 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예산과 준비 시간이 부족한 가운데 개회식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미국 배우 알리사 밀라노는 지난해 10월16일 트위터에 “당신이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면 이 트윗에 ‘나도(me, too)’라고 답해주세요”라고 올렸다. 이 트윗은 2만4000회 넘게 리트윗되고, 답글이 6만800개 넘게 달렸다.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폭로가 촉발시킨 고발 캠페인의 시작이었다. ‘그는 내 의붓아버지였다’ ‘15살 때 3명의 남성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등 수많은 미투가 줄을 이었다. 사실 미투의 역사는 10년도 더 됐다. 2006년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흑인 사회 내의 성폭행을 알리기 위해 시작했다. 오래도록 수많은 미투가 쌓여 이제 역사를 바꾸고 있다. 한국에서도 2016년 가을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계_내_성폭력’ ..
시작은 대통령의 생일이었다.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의 66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사진과 영상이 서울 광화문 등지에 설치된 역내·옥외 광고 전광판에 붙었다(사진). 아이돌 팬덤 문화에서 흔한 ‘생일 광고’가 처음으로 대통령을 대상으로 이뤄지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사생팬’(사생활을 쫓는 팬)이라며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신기하고 새롭다’는 반응도 나와 설왕설래했다. 전광판 생일 광고는 미국 뉴욕에서 또 다른 논란의 불씨로 튀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거리의 한 전광판에도 문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가 상영됐다. 그런데 사흘 뒤 같은 장소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상이 걸렸다.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을 코알라 사진과 합성하고, 조롱하는 문구를 단 비하 광고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