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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가진 집집마다 의자가 한 개쯤 꼭 있다. 나도 마당에 세어보니 의자가 여기저기 흩어져 여러 개. 내가 아니라도 새가 앉고 가끔 메뚜기나 사마귀, 무당벌레도 앉아. 흔들의자처럼 편한 그네도 하나 있는데 강아지랑 나는 보통 거기 앉거나 누워 해바라기를 즐겨. 발이 네 개인 의자는 울 강아지들처럼 정신없이 돌아다니지는 않아. 컹컹 짖지도 않고 가만히 앉아 고요해. 온종일 인내심을 가지고 쭉 기다려. 영국 사람들에게 흐르는 습관이 하나 있는데 ‘기다리며 차를 한 잔 마시는 일’이다. 이때 보통 쓰는 말이 ‘서두르지 말 것(Take Your Time)’. 기다리다 보면 1. 일이 저절로 해결되는 수가 있다. 2. 내 마음이 변하고, 일이 달리 보인다. 3. 모든 일은 결국 때가 있기 마련이다. 독일 작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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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지인이 넘치고, 사업이나 뭐나 무난한 이를 보면 백퍼 ‘끌리는 사람’. 이건 연마한 재능이라기보단 성품과 아우라야. “인생에서 배울 점-. 잘해주고 욕먹는다. 깨진 관계는 수선이 어렵다. 친구라도 치부를 보이지 마라. 죽을지언정 남에게 의지하지 마라. 헤프게 웃지 마라, 실성해 보인다. 피식하면 울지 마라, 병들어 보인다. 베풀 때만이 행복이 찾아온다. 길을 잃으면 일단 잠을 자라. 마음이 끌리면 진심이다. 끌리는 사람이 세상을 구한다.”(한 카운슬러의 일기장) 심쿵 끌리는 사람에겐 암만 도리질을 쳐봐도 쑥쑥 빨려들어. 연말에 약속들이 많은데, 올해 지나기 전에 보잔 말. 역병으로도 막을 수 없는 스킨십. 그러고 보면 수년째 연락이 끊긴 이도 있다. 더는 끌리지 않은 사이란 깨진 사이지. 끌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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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잠 자러 개구리들이 다 숨어버렸네. 개구리가 없으니 뱀도 ‘인투더와일드 호텔’로 고고. 나도 짱박혀 긴 겨울잠이나 자면 좋으련만 월드컵 기간에다 연거푸 마신 커피에 눈만 말똥말똥. 말동무가 있어 시도 때도 없이 전화기에 대고 사는 얘기를 나누곤 해. 김성동 샘의 단편소설 ‘눈오는 밤’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아이가 잠꼬대를 하는 장면. 두루마기 동정에 인두질을 하던 엄마에게 아랫목에서 아이가 그런다. “아부지 오시먼 깨줘야 뎌. 새벽이라두 아부지 오시먼 꼭 깨줘야 뎌.” 밖에 개 짖는 소리가 나서 “누, 누구세유?” 하고 엄마가 내다보니 눈보라가 펄펄. “아부지는 거시기 새 시상을 맨들기 위해서 높은 산을 넘어갔구, 그래서 원젠가는 다시 높은 산을 넘어오실 거라구 그랬잤냔 말여….” 빨치산이 된 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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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 장발, 도복, 도사들로 혼탁한 세상. 트레이드 마크 턱수염을 깎고 긴 머리도 싹둑 잘라 버렸다. 너무 단정해서 목사님 같다고들(?) 그런다. 마음 같아선 스님처럼 삭발도 해보고파. 예전에 절밭을 지나가면 허수아비도 승복을 입고 서 있곤 그랬다. “풀 쪼던 호미 그대로 두고 스님 밥 지으러 간 사이 허수아비 혼자 콩밭을 지킵니다. 떡 벌어진 허수아비 스님을 닮진 않았지만 모자와 저고리만은 스님 걸 그대로 물려받았습니다.” 별이 된 초등교사 임길택 샘 시는 누구 말마따나 가을날 들꽃처럼 가난해서 참 좋아. 여기서 퀴즈. 허수아비 아들이 누구게? 허수지 누구야. 허수는 어딜 가고 아비 혼자 밭을 지키누. 허수의 고독과 설움, 책무의 무거움까지 마음 쓰인다. 김장철이니 산밭도 텅텅 비어가. 고구마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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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에 가장 많이 쓰는 몸은 장딴지와 콧구멍. 일단 잘 걷고 잘 뛰는 날쌘돌이여야 해. 머슴을 살더라도 장딴지 허벅지 근육이 짱이어야 한다. 콧구멍은 왜냐고? 친구 집에 맛난 거 해묵는지 킁킁댈 때 요긴함. 먹을 복이 있는 자는 콧구멍이 예민하게 발달한 종족이지. ‘마라닉’이라는 신종 낱말이 있다. 일본 사람 ‘야마니시 데쓰로’ 교수가 만든 말. ‘마라톤과 피크닉’의 준말이래. 주구장창 달리기만 잘해봐야 뭐해. 가다가 쉬기도 해야지. 등에 가벼운 배낭을 하나 메고 달리다가 경치 좋은 곳을 만나면 일단 멈춤. 이제부턴 피크닉을 즐길 타임이야. 생수와 과일 몇 조각이면 충분하지. 마라톤을 달리다가 뜬금없이 삼겹살을 구워 먹겠는가. 키가 크다고 달리기에서 유리한 건 아냐. 운동선수들의 대화. “너는 다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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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193개국 가운데 110개국 외국인들이 국내 거주 중이란다. 이주민은 200만명 정도인데, 그중 절반이 노동자로 일하고 있대. 우리 동네만 하더라도 동남아 이주민들이 꽤 많이 농사일과 공장일을 하면서 지낸다. 무슬림 친구들도 적지 않고 말이지. 그런데 기독교방송에서 ‘이슬람 반대’ 어쩌고 구호를 재채기보다 자주 해. 동성애, 이슬람 반대 어쩌고 차별과 혐오 발언을 일삼아. 일터에선 높은 그분에게 배웠나. ‘이XX’ 퍽 하면 내뱉는 욕설. 이주민 노동자들이 가장 듣기 싫은 욕이라 한다. 작년 겨울엔 캄보디아에서 비전문취업비자로 온 속헹씨가 비닐하우스 가건물에서 그만 동사했어. 포천 일동면이 평균 영하 14.2도였는데, 속헹씨 비닐하우스는 영하 16도였대. 비닐하우스 가건물도 월 15만원씩 내고, 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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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중의 복은 오래 사는 복이라덩만. 모르겠어. 얼마나 살아야 오래 사는 건지는. 누군 자유 자유 해쌌던데, 제 명에 못 살고 ‘일찍 죽을 자유’ 말고는 없는 거 같은 요즘 세상이야. 한 유랑자 객승이 있었는데, 제자에게 다음 두 가지 가르침을 명심하라 했대. “1. 절대 길에서 죽지 말 것 2. 길에서 죽지 말라는 1의 가르침을 절대 잊지 말 것.” 그렇다고 명줄이 하늘에 달렸는데, 제 뜻대로 될 것이냐만. 목사가 전기의자에 앉은 사형수에게 마지막 소원이 뭐냐 물었어. 사형수는 “죽을 때 외로우니 제 손을 꽉 잡아주세요”. 순진한 목사가 “그 정도 소원이야 당연히 들어줄 수 있죠”. 그리곤 둘이 하늘나라로 갔다는 얘기. 이승이나 저승이나 혼자는 외로워. 저번날 동네 어르신들이랑 같이 생선토막 놓고 조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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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호수에 가보자 해서 산책하다 웰시코기 한 마리가 웃고 따라옴. 영국 웨일스산 귀염둥이 강아지 있잖은가. 오요요 해서 불러보니 다가와 안김. 고놈 참 사람 좋아하네. 내게 개냄새가 나서 그런가. 근데 주인이 안 보여. 데리고 그 자리서 쫌 놀았는데, 헐레벌떡 한 아가씨가 달려오니 개가 돌변하여 나를 향해 으르렁거림. 연기도 잘하데. 주인과 재회해서 천만다행. 주인 말고도 사람이라면 다 좋아하덩만. 우리집 개들도 빨간 헬맷을 쓴 집배원이나 중화요리 배달부 아저씨 빼고는 다 좋아하는 거 같아. 동물만 그런 게 아니고 사람도 사회성이 좋은 이들이 있다. 누구라도 잘 어울려. 타고난 성향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반려견은 어려서부터 사회성 교육을 잘해야 한다. 개통령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수십년 애견인에 나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