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정노동이 심한 직업인 공격당한다는 박해감에 분노와 고집이 몸에 배 종교 통해 영적 건강 회복을” 나와 함께 독서모임을 했던 그 후배 여성은 알고 보니 난독증 장애를 갖고 있었다. 책을 지참하고 모임에 참석해 자기 이야기도 하고 메모도 했지만 어쩐 일인지 변화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책을 읽으며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면 자기를 성찰하는 눈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말투나 태도에 변화가 따라온다. 그런데 그녀는 6개월이 지나도록 작은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타인에 대해 분노하는 말투나 자기 신념을 고집하는 완강한 태도가 그대로였다. 감정노동이 심한 직종에 근무 중이었는데, 모든 타인이 자기를 공격한다고 느끼는 박해감이 심했다. 그런 경우가 없었기에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책을 읽기는 하느냐고. 그녀는 어..
▲ “서구에 의해 갑자기 강요당한 개국 외적 굴종과 내적 분노로 정신분열 조선을 지배하고 무모한 전쟁 도발 패전 기억 지우기 위해 경제에 매진” 미국 순방길에 오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뉴스가 보도될 때마다 그의 얼굴을 유심히 보게 됐다. 얼굴 표정을 통해 그가 느끼는 감정을 유추해볼 수 있을까 기대했다. 대중 앞에서 연설할 때, 곤란한 질문에 답할 때, 만찬에서 흥겨움을 표현할 때 그의 표정은 평소보다 풍부해 보였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할 때는 그런 표정을 짓기 위해, 만찬회장에서는 즐거움을 드러내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주관적 오류가 포함된 개인적 생각이다. 나는 아베 총리가 마음 깊은 곳에서까지 자신들의 전쟁 도발이 옳고 정당한 행위였다고 믿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주변 국가를 침..
▲ “세월호 1년, 달라진 것은 뭔가 ‘저항’ 이겨내고 인양 결정한 지금 우리의 실체와 마주할 고통 예고 오는 1년, 지난 1년보다 힘들 수도” 꿈 이야기 하나. 그는 바다와 육지의 경계라고 할 만한 곳을 따라 해변을 걷고 있었다.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발이 젖었지만 피하지 않은 채 앞서 걷는 이와 보폭을 맞추며 걸었다. 앞서 걷는 이는 그의 정신분석가였다. 뒷짐을 진 채 걷는 분석가 앞쪽으로 사라센의 칼날처럼 빛나는 해변이 펼쳐져 있었다. 그는 분석가처럼 뒷짐을 진 채 햇살 부서지는 해변을 먼 곳까지 바라보았다. 정신분석을 받는 이가 분석 석 달 만에 꾼 꿈의 사례이다. 정신분석에서 무의식은 자주 바다에 비유된다. ‘무의식의 깊은 바다’라는 비유처럼, 꿈 분석에서도 바다는 전형적으로 무의식이 표출되는 ..
▲ “시기심은 분노보다 냉혹한 감정 누구든 ‘신데렐라의 언니’ 될 수 있어 불필요한 감정을 퍼올리지 않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결국 승자” 도올 김용옥 선생님은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매일 일정 분량의 성경 구절을 외우는 숙제를 받았다고 한다. 소년 김용옥은 어느 날 성경 구절 하나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진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나니…”라는 구절이었다. 어린 철학자는 온 지혜를 동원해 ‘마음이 가난하다’는 말뜻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원로 철학자가 된 선생님이 기독교 유적을 찾아 이집트를 여행하면서 쓴 책에 묘사되어 있는 유년의 기록이다. ‘마음이 가난하다’는 말뜻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소년을 상상하면서 슬그머니 웃었던 기억이 있다. 내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장기에 내 뒤..
▲ “아이들 밥 주는 문제로 갈등을 빚고 청년 시급을 두고 장난치는 어른들 사회적 양육자들이 내뿜는 독소 아이들의 정신과 삶을 멍들게 한다” 부모의 양육 방식이 자녀의 심리적 삶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정신분석학의 틀이 만들어지던 초기부터 밝혀진 일이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영국 정신분석학자 안나 프로이트, 도널드 위니콧 등은 전쟁을 경험한 아이들의 특별한 심리를 알아차리기 시작했고,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그들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를 연구했다. 부모나 대체 양육자의 정서적 돌봄이 아이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이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현실 검증을 거쳤다. 전쟁고아를 수용하는 시설에서 아기들에게 규칙적으로 우유를 주고 기저귀를 갈아주었지만 아기들은 이유 없이 죽어갔다. 1년이 ..
▲ “지도층은 비리로 제 몫만 챙기고 약자를 옭아맨 수단이었던 도덕… 부패방지 등 상위욕구 분출하는 요즘 도덕, 사회와 개인에게 여전히 유효” 해질녘 주택가를 산책하다 목격한 장면이다. 한 어머니가 의자에 앉아 아들의 줄넘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몸무게가 많아 보이는 아들은 연속 세 번을 넘지 못한 채 발목에 줄이 걸렸고, 줄을 풀어내는 동안에도 거친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사이를 못 참고 의자에 앉은 엄마가 소리쳤다. “어서 안 해? 아직 스무 개도 못 채웠어!” 또 다른 장면도 있다. 보도 턱에 걸터앉은 아버지가 아들의 테니스 연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테니스 공 끝에는 줄이 매달려 있고, 그 줄은 큼직한 돌덩이에 눌려 있었다. 아이는 공을 허공으로 던진 후 라켓을 휘둘렀다. 줄에 묶인 공은 저만큼 날..
▲ “상상력·환상은 경험의 근본이며 논리나 과학도 상상력이 근원 창의성엔 불안 이겨낼 용기 필요 두려움 넘어서야 창조성 발휘” 1990년대 중반, 인상적으로 읽었던 책이 한 권 있다. 저자도 제목도 모두 잊었지만 그 책이 주었던 자극과 의문이 여진처럼 오래 지속되던 책이다. 당시는 1980년대 젊은이들이 온 열정을 쏟아 추구했던 이데올로기가 힘을 잃어가던 시기였다. 거대 담론이 스러지면서 지향점을 잃은 대중들의 관심이 개개의 인간에게로, 그들의 사소한 일상으로 전환되어 갔다. 문화계에도 개인의 사사로운 삶과 내밀한 감정들을 표현하는 예술 작품이 등장했고, 그런 작품들은 의외로 대중들의 호응을 크게 얻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그 책은 위와 같은 배경에서 나온 문화 비평서였다. 저자는 당시의 문화계가 사소..
주변 작가들을 보면 저마다 고유한 작업 방식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이는 자정부터 집중력을 발휘하여 새벽까지 글쓰고 아침에 잠든다. 어떤 이는 번잡한 일상을 벗어나 시골의 고독한 환경 속에서 글을 쓴다. 내 방식은 평범하다. 한밤에 푹 자고 일어나 아침부터 오전 시간을 사용한다. 그 시간에 맑은 정신과 고요한 마음이 유지되기 때문에 일상생활은 정오 이후로 미루어 둔다. 몇 해 전 그날은 이상했다. 잠깨는 순간부터 마음이 어지러우면서 명백한 불안감이 느껴졌다. 차를 마셔도 산란한 마음이 수습되지 않고, 책상 앞에 앉아도 마음이 고요해지지 않았다. 전날과 다를 바 없는 하루인데 느닷없이 마음에 거센 파도가 일면서 온 신경이 허공으로 분산되는 느낌이었다. 실내를 우왕좌왕 돌아다니다 나도 모르게 리모컨을 들고 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