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의 첫 번째 단계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구속이다. 두 번째 단계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정권교체다. 세 번째 단계는 적폐청산과 새로운 질서의 구축이다. 이제 촛불혁명은 두 번째 단계를 통과하고 있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개혁과 통합이라는 다소 모순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해야 하는 어려움을 만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청산과 개혁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하면서 또한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다. 개혁과 통합을 함께 이루겠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개혁과 통합이라는 가치를 모순적이라고 하는 것은 개혁을 강조하다 보면 통합이 흐트러질 가능성이 있고, 통합에 방점을 찍으려고 하다 보면 개혁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이 둘을 미봉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쪽인가를 선택해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구에서 유세를 시작했다. 그의 첫 유세 장소는 2·28민주운동 기념탑 광장이다. 특별한 메시지가 있는 것 같다. 2·28민주운동은 1960년 2월28일 이승만 독재정권에 대한 최초의 저항운동이었으며 4월혁명의 ‘출발’이었다. 이승만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은 대구의 2·28에서 시작하여 마산의 3·15를 거쳐 서울의 4·19에서 절정을 이루었던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출발이 대구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환기하면서 대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촛불민심의 대변자로서 이번 대통령 선거에 임하는 자신의 마음가짐을 보이려 하는 것 같다. 이런 문재인 후보의 노력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대구는 민주화 이후 한번도 민주당을 밀어주었던 적이 없기 때..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지난겨울 우리가 이룬 것은 세 번째 민주혁명의 물결이었다. 첫 번째 민주혁명의 물결은 4월혁명이다. 두 번째는 6월항쟁이다. 세 번째는 2017년의 민주혁명이다. 혁명을 추진한 주체에서 보면, 첫 번째는 학생혁명이고, 두 번째는 시민혁명이며, 세 번째는 국민혁명이다. 혁명이 추구한 가치를 보면, 첫 번째는 자유이고, 두 번째는 민주이며, 세 번째는 공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민주혁명은 이렇게 역사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마냥 좋아하고만 있을 수도 없다. 앞선 두 차례의 혁명이 하고자 했던 바를 다 이룬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첫 번째는 미완의 혁명으로, 두 번째는 절반의 혁명으로 끝나버렸다. 첫 번째 혁명은 학생들로부터 민주주의의 깃..
그의 행실은 이미 미주알고주알 구설에 올랐으니 새삼 들출 필요는 없겠다. 최근에는 김관용 경북지사를 지지하는 행사에서 한 그의 연설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나는 그것을 동영상으로 보았다. 그가 마이크를 잡더니 “이완영은 청문회 스타다. 맞습니까?”라고 외친다. 행사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목청껏 “맞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잠시 얼떨떨하던 기자들이 바삐 카메라를 움직인다. 그가 큰 뉴스거리를 또 하나 만드는 순간이다. 청문회 스타를 자칭하는 국회의원 이완영이나 그를 치켜세우는 청중이나 어떻게 저럴 수 있는가라고 생각했다. 그는 늘 이렇게 좋지 않은 일로 미디어의 초점에 있었다. 청문회 초반이었다. 새누리당 간사를 맡고 있던 그가 ‘재벌회장들이 나이도 많고 건강도 염려되니 일찍 집에 보내드리자’고 쪽지를 써..
박원순 시장의 ‘불출마 선언’이 아쉽다. 그의 기자회견문을 몇 번이고 읽어보았지만 이유를 모르겠다. ‘국민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는 것이 설명의 전부다. 그가 얻고 있는 지지율이 낮기 때문에 포기하겠다는 말이다. 그게 정말이라면 참 안타깝다. 그는 이 나라를 제대로 세우기 위해 나서겠다고 했다. 자신이 실현하고 싶은 가치가 있다는 얘기도 했고, 자신만이 그것을 이룰 수 있다는 각오도 밝혔다. 그런데 시작도 하지 않은 시점에서 지지율이 낮아 주저앉겠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박 시장은 지지율이 높건 낮건 그만의 독특한 빛깔과 목소리를 계속 내야 했다. 그것은 지도자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의무이다. 박 시장이 하차했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후보 진용에 심각한 결손이 생겼다. 그것은 박 시장의 지지율과 견줄 수..
더불어민주당의 민주연구원은 싱크탱크(Think Tank)라고 하기보다는 ‘두탱크(Do Tank)’라고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조사, 분석 연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 행동을 하는 조직이라는 뜻이다. 민주연구원은 민주당의 비전과 전략을 연구할 뿐만 아니라 직접 담론 투쟁의 장에 뛰어드는, 치열한 싸움의 전선에 서 있는 당의 핵심기관이다. 민주연구원은 민주당이 받는 국고보조금의 30%를 사용하고 있다. 이 비율은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인데, 정당의 열악한 재정 상태에서 보면 어마어마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국고보조금이 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민주연구원의 예산 역시 곱으로 커진다. 민주연구원은 민주당에서 가장 중요한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의 집권전략도 여기서 나와야 하..
헌법재판소에 제출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반박 답변서는 박근혜와 최순실의 저지레를 ‘키친 캐비닛’이라고 한 모양이다. 소가 웃을 노릇이다. 밥만 먹고 이야기만 들었다면 키친 캐비닛이라 한들 뭐라 하겠는가? 그런 거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다른 무엇인가를 도모했다. 그것이 문제였다. 두 사람이 한 일에 대한 적절한 비유는 키친 캐비닛이 아니라 한겨레신문이 최근 지적했듯 ‘가족기업’이다. 최순실은 남편, 박근혜는 아내라는 얘기다. ‘재산마저도 집단 운영해온 공동운명체’라고 하니, 구태여 부른다면 ‘키친 캐비닛의 대화’가 아니라 ‘베갯머리 송사’라고 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최씨네와 박근혜의 가족기업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박정희 유신체제 때는 박근혜는 구국선교단이라는..
대구·경북에 살고 있는 민주세력은 박정희 신화와 싸우고 있다. 우리의 상대는 박근혜나 새누리당이 아니라 박정희다. 박정희를 가리키는 ‘반신반인’이라는 말에 모두 놀랐겠지만 이곳에서는 이 말이 오히려 겸양이다. 이곳에서 그는 온전한 ‘신’이다. 샤먼이다. 박정희 초상 앞에 촛불을 켜놓고 기복하는 모습을 이 지역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박정희 신화를 재생산하는 일은 쉬지 않고 진행됐다. 박정희 동상을 크게 세우고, 그의 최대 치적이라고 하는 새마을 담론을 동원하면서 박정희 신화를 끊임없이 불러내고 있다. 신화의 세계에서 박정희와 싸우는 일은 참 어렵다. 신화는 맹목적 믿음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데올로기보다도 강력하다. 이데올로기는 어떤 가치와 그것을 설명하는 논리이지만 신화는 조건 없이 따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