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폐기’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지난 12월14일 경북 울진에서 신한울 1호기 준공식이 열렸다. 한국 토종 원전이라는 신한울 1호기에 친원전 진영에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즈음 떠오르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지면서 나름 가지고 있는 답을 적어본다. 첫째,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 확대가 필요한가? 원전이 탄소 배출이 상당히 적은 발전원인 것은 분명하지만 결국은 비용과 시간의 문제다. 원전은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가능에너지에 비해 더 이상 저렴하지 않을뿐더러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신한울 1호기는 착공부터 가동까지 12년이 걸렸고 앞으로 원전이 더 지어진다면 역시 10년 이상 걸릴 것이다. 그러나 기후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 티핑포인트를 막을 수 있는 ‘탄소예산’은 채 10년 분량도..
급전불응(給電不應). 전기를 공급하라는 명령에 응하지 않음. 재생에너지의 특징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오로지 자연조건이 허락될 때만 발전이 가능하고, 우리가 필요로 할 때 전력 생산을 보장할 수 없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재생에너지는 항상 동일한 용량의 예비발전기를 둔다. 재생에너지가 전력을 생산하지 못할 때 예비발전기를 가동해 전력을 공급하도록 하는 것. 따라서 재생에너지가 아무리 많이 공급된다 하더라도 동일한 예비발전소를 또 건설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재생에너지의 비싼 발전단가에 추가적으로 얹어지는 가격임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럼에도 재생에너지가 원자력과 제로섬 관계에 있어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원자력발전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재생에너지가 늘..
벌써 12월이다. 한 해의 정리와 연말결산을 하는 달이니 나도 첫 원고를 쓰던 때로 돌아가 ‘원고결산’을 해본다. 이 지면에 처음 실린 글은 최소 3년은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는 결심이었다. 금연에 성공하려면 소문부터 내라는 조언을 적용해 누가 묻지도 궁금해하지도 않아도 마구 소문을 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항공기 승무원마저도 비행기를 타기 힘들었지만, 아무튼 나도 3년간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 육로가 막힌 대한민국에서 비행기란 무엇인가. 야간버스에서 자다 깨 여권 검사를 당하는 경험처럼 새로운 가능성, 이국적인 상황, 낯선 여행 그 자체다. 하지만 동시에 시간당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운송수단이기도 하다. 유럽환경청(EEA)은 승객 한 명당 비행기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버스의 4배, ..
교육기본법에 새로운 정의 조항을 만들어 학생을 ‘학령기 국민’으로 정의하길 소망한다. 상식적으로 학생은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을 말한다.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학교 밖 청소년의 비극은 여기서 시작한다. 학교 밖 청소년은 학교를 진학하지 않은 대안학교나 홈스쿨의 청소년과 학교를 다니다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교육부와 시·도교육감이 관리하고 교육예산을 사용하는 반면 학교 밖 청소년은 여성가족부가 담당하고 지자체가 관리하며 교육예산이 아닌 지자체 예산이나 여성가족부의 예산을 사용한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예산이 부족하다. 통계 비교가 가능한 2019년을 기준으로 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예산지원의 차이를 살펴보자. 교육부의 교육기본..
영국의 윌리엄 왕세자 부부가 지난달 30일 미국 보스턴을 방문했다. 왕세자 부부는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본인이 설립한 조직인 어스샷 상(Earthshot Prize)을 주기 위해서 미국을 찾은 것이다. 왕실이 최근 몇 년 동안 채택한 대의명분인 이 상은 그들의 존재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나, 어찌 되었든 기후 문제에 국제적인 여론을 환기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구태여 영국에서 미국까지 와서 시상식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올해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문샷(Moonshot) 60주년이 되는 해이며, 보스턴은 미국 혁명의 요람이자 케네디 가문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어스샷이라는 상의 이름은 케네디 대통령의 “문샷” 이니셔티브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문샷’은 ‘달 ..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국가들이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를 보상해준다고는 하지만, 이것 또한 궁여지책일 뿐이다 왜냐하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점점 더 진해지고 있으며 그것으로 인한 피해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의 복지와 안녕을 위해 이제 우리도 온실가스를 심각한 오염물질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떨까 며칠 전 중동의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COP27이 막을 내렸다. 카타르 월드컵의 폭발적인 열기만큼은 아니지만, 매년 지구 곳곳에서 반복되는 기후변화 피해 때문인지 과거에 비하면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던 것 같다. 특히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과연 COP27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 것인가에 있다. 매년 반복되는 COP회의는 결국 인류가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
북태평양 플라스틱 섬에서 우연히 한글이 적힌 쓰레기를 발견한 건 2018년 9월이었다. 그린피스 팀은 물 위를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집어 올려 국적과 제조사를 확인했다. 누가 이 쓰레기를 만들었고 어디서 흘러들었는지 추적하는 과정이다. 형체가 온전한 쓰레기가 많지 않아 작업은 더뎠지만, 빨간 병뚜껑에 새겨진 하얀 코카콜라 로고나 푸른 바구니 옆에 적힌 한자는 선명했다. 그러다 손에 잡힌 게 우리나라 식품기업의 하얀색 플라스틱 통이었다. 마요네즈를 담는 통이 분명했다. 하필이면 한글이 볼록하게 각인되어 지워지지도 않았다. 나는 바다 이끼가 잔뜩 붙은 냄새 풍기는 통을 꽁꽁 싸서 집으로 갖고 왔다. 방송과 강연에서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머나먼 북태평양 플라스틱 섬에 우리나라 쓰레기도 있다니. 다들 놀라..
탄소중립과 탈(脫)플라스틱 순환경제, 그리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 이 모든 것은 우리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열쇠이자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이 되었다. 일상으로 다가오는 기후위기 앞에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80%를 넘는 130여개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플라스틱 저감을 의무화하는 국제협약이 만들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작년 플라스틱세(稅) 부과에 이어 내년부터는 고(高)탄소 제품의 수입에 대한 탄소국경세도 도입할 예정이다. 지속 가능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기업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부상한 가운데, 기업 소비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할 것을 약속하는 민간 차원의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 운동에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