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독일 정부가 구글, 페이스북 및 트위터 등 세계적인 온라인 소통망 기업들과 의미 있는 합의에 도달했다는 내용이 영국 BBC 방송을 통해 보도됐다. 최근 시리아 난민사태 및 파리 테러의 여파로 인종차별과 특정 종교 비하, 사회적 소수와 약자 공격 등의 ‘혐오 발언’이 난무하는 상황에 대한 특단의 조치다. 합의에 도달한 뒤 독일 법무부 장관은 “온라인이 극우주의자들의 놀이터가 돼서는 안 된다”며 환영했다. 앞으로 독일 온라인상에서 ‘혐오 발언’이 게시될 경우 24시간 이내에 삭제된다. 나치 독일의 인종차별과 학살 등 반인륜적 범죄행위로 인한 국가적, 민족적 죄책감을 받아들이고 ‘영구 속죄’를 천명한 독일의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전라도라는 지역, 여성이라는 특..
이틀 전, 미국 시카고 시장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매카시 경찰국장의 사퇴 촉구’가 내용이었다. 1년 여전 거리에서 백인 경찰관 반 다이크가 지시에 불응해 도주하던 흑인 10대 청소년 라쿠안 맥도널드를 총격해 사망케 한 사건이 발단이었다. 경찰국장은 반 다이크를 옹호했고,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기소를 미뤄오던 중이었다. 언론과 시민들은 시카고 외근 경찰관이 착용하고 다니는 소형카메라에 촬영된 영상을 공개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했고, 거리에선 시위가 계속되었다. 하지만 ‘수사기밀인 동영상을 공개할 수 없고, 경찰관의 총격은 정당행위다’라는 매카시 경찰국장을 보호하고 옹호하던 시 검찰과 시장의 연대가 구축한 보호막은 강하고 공고했다. 이 지지와 보호의 연대를 무너트린 것은 법원이었다. 법원은 ‘당시 상..
물대포와 캡사이신, 쇠파이프와 돌이 난무하는 폭력 충돌이 서울 도심을 지배했고, 사경을 헤매는 농민을 포함해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입장과 성향에 따라 경찰과 시위대의 책임을 더 크게 보는 주장이 갈린다.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져 각각의 행동에 대한 타당한 조치가 내려져야 함은 자명하다. 다만, 비난하고 처벌해야 할 범죄인 ‘폭력’과 수용하고 존중해야 할 ‘정당한 물리력’을 가르는 기준과 원칙, 그리고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우선, 현대 입헌민주국가의 철학적 기반은 ‘정당한 물리력 사용의 국가 독점’이다. 즉, 공공의 안녕과 개인의 생명, 자유 보호를 위한 공식적인 ‘힘과 위력의 사용’은 오직 국가만 할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국가 공권력이 정당성을..
1924년 영국 ‘매카시 사건’ 판례는 “법은 실제로 정의로울 뿐 아니라, 정의롭다고 보여져야 한다”는 법 원칙을 확립했다. 교통사고를 낸 매카시에 대한 형사 재판에 참가한 재판부 서기 중 한 명이 관련 민사 재판에서 매카시의 반대편인 보험회사를 대리한 법무법인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피고 측이 공소기각을 요청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해당 서기가 재판과정에 어떤 의견도 제시한 적이 없다’며 유죄판결을 내렸다. 그렇지만, 항소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휴워트 항소심 재판장은 ‘정의롭다고 보여지지 않는 재판부는 심판을 할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뒤집고 무죄판결을 내렸다. 다른 사람의 법적 책임과 유무죄를 심판해야 하는 재판부는 ‘실제로 정의로울 뿐 아니라, 정의롭게 보여지고 정의롭다..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 문제가 포격과 확성기 심리전을 촉발하면서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가는 위기로 이어졌다. 가까스로 ‘고위급접촉’을 통해 합의문을 이끌어내면서 일단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북측의 ‘유감’이라는 표현을 둘러싼 해석의 문제는 불씨를 남겼다. 핵심은, ‘용의자’인 북한이 ‘범행’을 인정하지 않은 채 두루뭉술하게 넘어간다는 것이다. 사건의 진실이 묻히고 책임의 소재가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가해자에 대한 단죄 없이 피해자만 덩그러니 남겨진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그 런 면에서는 대구 황산테러 태완군 사건, 이태원 햄버거집 살인사건, 대구 여대생 정은희양 피살사건과 유사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사건의 피해자들은 국가와 사법체계가 무시하고 외면해 눈물과 한숨, 생계파탄의 절망만 떠안은 반..
결코 발생해서는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상습 성범죄 혐의로 징역 15년과 치료감호 처분을 받은 특수강간범 김선용(33)이 병원에서 탈출해 상점 여주인을 성폭행한 것이다. 그나마 피해 여성이 김선용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는 상담자 역할을 하면서 자수하도록 설득했기에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스스로 성충동을 조절하지 못하고 강박적으로 성폭력을 지속하는 자를 범죄심리학에선 ‘성 맹수(sexual predator)’라고 부른다. 미국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뉴욕, 플로리다 등 20개 주에서는 ‘성 맹수’들에 대해, 형기 만료 이후에도 성범죄자들만을 수용하는 특수 폐쇄시설에서 ‘재범위험이 사라졌다는 진단이 내려질 때까지’ 감금치료할 수 있는 ‘성 맹수 법(Sexually Violent Predator Law)..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구치소 수감 중에 브로커를 통해 특별한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 중이다. 그런가 하면, 수감 중인 재벌 등 부자들에 대한 ‘특별사면’이 나와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란이 일고 있다. 얼마 전에는 무고한 사돈 여대생을 청부 살해한 죄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던 흉악 범죄자가 교도소가 아닌 초호화 병실에서 지낸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그가 모 제분회사 회장 부인이라는 돈과 위세를 이용해 형벌체계를 조종하고 왜곡한 결과다. ‘전관예우’로 상징되는 법조 부조리의 핵심은 교도소에 수감되는 ‘실형’을 면하게 하거나, 구치소에 구금되는 ‘구속’을 피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이다. 반면, 지난 6월17일 천안교도소에서는 한 남자 재소자가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했..
정보기관은 특성상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든다. 안보와 국익이 걸린 ‘소리 없는 전쟁’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냉전시대 미국과 영국, 소련 첩보기관 간 경쟁과 암투는 살인과 납치를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분단 상태인 남북한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공산권의 몰락과 함께 냉전시대가 종식되면서 각국 첩보기관은 환골탈태했다. 법도 없이, 존재 자체가 비밀이었던 영국 첩보기관 MI6의 조직과 활동 및 예산을 규율하는 법을 제정해 국회의 통제를 받도록 한 1993년 보수당 존 메이저 정부 사례가 대표적이다. 물론 이후에도 영국과 미국 정보기관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정보 오류로 엄청난 국제적 재앙을 초래하고, 이어진 테러리즘과 싸우는 과정에서 인권침해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법과 윤리의 기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