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지난달 24일 총파업에 돌입한 지 16일 만에 총파업 철회를 선언했다. 화물연대 파업의 쟁점은, 2020년에 시멘트·컨테이너 2개 품목에 한정해 3년 일몰제로 도입된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적용 품목 확대였다. 사실, 지난 6월 화물연대의 총파업 때 국토교통부는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적용 품목 확대 논의 등을 합의했고, 여야는 국회 하반기 원구성 직후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여야 정쟁으로 국회 논의는 공전했고, 이사이에 국토부는 안전운임제 일몰 기한만 연장하고 품목 확대는 논의 불가로 입장을 변경했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은 화물연대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었다. 그럼에도 화물연대는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화물연대는 왜 실패한 것일..
재난 보도를 비롯한 재난 수습 지침서는 재난으로 해체된 공동체 회복과정에서 ‘원인 규명’과 ‘책임 추궁’을 잘 구별해서 다루어야 하고, 책임 추궁이 원인 규명에 앞서지 말아야 한다고 깨우친다. 책임 추궁이 선행할 경우, ‘회피 전략’이 횡행하여 원인 규명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원인 규명과 책임 추궁 두 가지를 분리한다는 것은 쉽지 않고, 책임 있는 자들의 ‘의도적 회피’가 원인 규명을 어렵게 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책임 추궁을 단호하게 앞세워야 할 때도 있다. 이상민 장관의 경우가 그렇다. 그가 이태원 참사에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장관으로서 이런 충격적 참사가 발생했는데도 아무 일 없다는 것처럼 버티고..
직장 일이 힘든 것에 비해 급여가 적어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면 한두 번 무단결근의 유혹을 느꼈을 것이다. 월급을 받으면서 이에 상응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 직장에서 그에 따른 징계를 받으면 된다. 그런데 무단결근을 했다고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더욱이 고용관계도 아니라서 어차피 출근할 의무도, 출근으로 변제할 대가(월급)도 없는 관계였다면? 국가에 의한 강제노역 아닐까. 이런 일이 지난주에 벌어졌다.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형사고발이 시작되면서 화물차주들은 정부의 강경한 대응에 밀려 다시 운송을 시작하게 되었다. 보수·진보 언론들은 차량유지비, 기름값을 빼고 월 500만원을 벌고 있는가, 200만원을 벌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건 핵심이 아니다. 월 500만원..
1888년 영국 동부의 브라이언트 앤드 메이 성냥공장에 근무하는 여성 및 소녀 노동자 1000여명은 최초의 대규모 여성 노동자 파업을 단행했다. 하루 14시간 이상의 노동과 저임금 및 벌금제도도 문제였지만, 가장 큰 계기는 성냥제조에 사용된 백린의 치명적 부작용 때문이었다. 백린은 턱이 괴사되는 인중독성 괴사(phossy jaw) 등 인체에 축적되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유해 물질이었다. 최근 개봉된 영화가 바로 이 파업의 발단이 된 백린의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이다. 영화에서는 질병에 걸린 여성은 장티푸스에 걸렸다고 비난하며 내쫓았고, 백린의 문제를 제기한 여성노동자는 신변의 위협까지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공장의 노동자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 ‘일을 중단’하고 거리로 나서는 것이었다..
밀린 숙제를 처리하듯 이제야 연금개혁 논의가 바쁘게 돌아간다. 국회 연금특위에 설치된 자문위원회가 매주 열리고, 보건복지부는 제5차 재정계산 위원회들을 모두 가동하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연금학회 등 전문기관에서도 실제 논점을 가지고 연이어 토론을 벌인다. 여러 자리에 참여하다 보니 이번에는 의미 있는 연금개혁이 이루어지리라는 기대도 생긴다. 평행선을 달리던 예전과 달리, 연금개혁 방향에서 일정한 흐름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우선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 짝으로 다루어진다. 이미 운영되는 두 제도를 함께 개혁하는 건 당연하다 여기겠지만, 지난 4차 재정계산까지도 노후소득보장 강화는 ‘국민연금’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했고, 두 연금을 동시에 바꿀 경우 정치적 부담도 작용했다. 문재..
한국산 전기차에 세금면제 혜택을 주지 않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시행 중이다. 미국 정부가 발표한 세금 혜택 대상 차종에는 미국 현지 생산 일본차와 유럽차가 있다. 그러나 현대차와 기아는 없다. 한국에서 만든 한국차를 차별하는 미국법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미국에 국제법상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다. 협정에서 정한 문제 해결 절차를 밟지 않는다. 그저 미국에 읍소할 뿐이다. 바쁘게 미국을 찾아가는 한국 공무원들의 서류가방에는 한·미 FTA 제소장은 들어 있지 않다. 아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 앞에서 ‘자유’와 ‘법치’를 말하며 가치를 함께하는 동맹체임을 과시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미국을 움직일 수 없다. 지렛대가 있어야 한다. 그 하나가 한·미 ..
헌법 제21조 ①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제32조 ①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③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제33조 ①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14조(업무개시 명령) ①국토교통부 장관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하여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어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운송사업자 또는..
판사와 검사들은 파업을 결의했다. 법복을 입고 거리로 뛰쳐나와 행진을 하고 시위를 벌였다. 지난해 12월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주요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던 법조 파업 이야기다. 판검사들은 법무부 예산 감축에 항의하고 인력 충원을 요구하며 재정경제부 앞에서 항의 시위를 했다. 이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쉬지 않고 50건의 재판을 소화하느라 몇 시간을 기다린 사람들의 얘기를 단 7분밖에 들어줄 수 없는” 현실을 고발하고, 법원이 이 위험천만한 서커스를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국에선 보기 힘든 장면이지만 사법부 노동자들과 판검사들이 함께 파업을 벌이는 것은 프랑스에선 드물지 않은 일이다. 때로는 법전을 불태우는 ‘과격한’ 행위도 벌어진다. ‘자영업자’인 변호사들도 종종 이 파업에 가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