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동료시민 여러분. 이제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가 어떤 추악함을 품고 있는지 모두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주에는 4%라는 기록적인 대통령 지지율이 발표되었습니다. 그리고 토요일에는 사람들이 청와대를 에워싸고도, 광화문과 종로거리에 여전히 엄청난 인파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거리는 여전히 깨끗했고, 불타거나 깨지는 것 하나 없이 질서정연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저는 광장의 질서가 어떤 두려움들을 깔고 있다고 느낍니다. 폭력과 희생자는 없을수록 좋고, 누구에게나 안전한 광장이 되자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라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누구일까요? 이미 권위를 상실한 대통령일까요? 차벽 뒤의 경찰일까요? 아니면 선진국의 언론일까요..
지난 주말 촛불집회는 대한민국 시위의 새 역사를 썼다. 전국을 밝힌 190만 촛불은 사상 최대 규모요, 촛불의 절정이었다. 춥고 눈·비가 내린 궂은 날씨에도 훼손된 민주주의를 시민 손으로 직접 되살리려는 촛불은 횃불로, 들불로 번져 활활 타올랐다. 시민들은 활력이 넘쳤고 외침은 엄중했다.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청와대를 동·남·서쪽으로 에워싼 인간띠 잇기는 청와대를 포위하며 행진을 벌였다. 6살 아들과 함께 나온 젊은 엄마는 “이미 민심이 대통령을 이겼다”고 했다. 시민들은 아무도 보지 않는 골목길에서도 버려진 손팻말 등 쓰레기를 주웠다. 광화문광장을 일순간 암흑으로 바꾼 ‘1분 소등 행사’에서 시민들은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 외치며 다시 불을 붙였다. 감동과 전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