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쇼핑센터의 거대한 주차장에서 빈 공간을 찾기는 어려웠다. 겨우 한 자리를 발견하고 진입하려는데 근처의 주차요원이 방해가 됐다. 손짓을 해도 알아듣지 못해 창문을 내리고 목청을 높이자 그가 내 차 쪽으로 다가왔는데 모습이 심상찮았다. 20대 안팎으로 보이는 청년의 다리는 풀린 듯 휘청거렸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으며 눈동자마저 풀린 듯했다. 차문을 열고 발을 내디딘 순간, 훅 덮쳐오는 뜨겁고 매캐한 열기. 나는 그의 약간 얼빠진 모습을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매장으로 향하던 내 발걸음은 본능적으로 빨라졌지만 발길을 되돌려 그 청년에게 다가갔다. 딱히 할 말이 있는 건 아니었고, 또한 무슨 말을 한들 소용이 있겠는가만, 그냥 못 본 체하며 지나가기가 힘들어서였다. “2시간 일하고 1시간 쉬..
살인적인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정부가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열고 범정부 차원에서 폭염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회에 계류 중인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개정할 때 이 안이 관철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폭염을 재난으로 관리하기를 주저했던 정부가 입장을 바꾼 것은 최근 폭염 피해가 속출하면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옳은 결정이다. 올해 폭염은 매일 기록을 경신하며 위세를 더해가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8.0도까지 치솟았다. 최근 30년간 서울의 7월 기온으로는 3번째로 높다. 23일 최저기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