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대통령을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 일컫는 것 자체에 불편함을 느끼는 여성들이 많다. 여성을 위한 정책을 제안한 적도 없고, 여성으로서의 의식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여성’을 단지 생물학적 범주로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적지 않음을 생각하면,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범주에 속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을 너무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한때는 ‘단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직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된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여자가 무슨 정치!’라고 공공연히 훈계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줄어들었다. 물론 현 대통령이 선출된 데에 여성이라는 요소는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성이기 때문에’라는 생물학적 금기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아버지의 ..
권력은 속성상 비밀이 많다. 비밀에 관한 한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급’이다. 일반인이 범접할 수 없는 출신 성분은 차치하더라도 시치미를 잡아떼고 속마음을 감추는 그의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이한 표현을 많이 쓰고 불리하면 아예 입을 닫아버린다.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지만 지난 4년간 그에게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문고리 3인방 등과 비밀의 성을 높이 쌓았고 그럴수록 권력은 공고해졌다. 하지만 예기치 않게 최순실 파일이 열리면서 성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성난 민심이 박 대통령의 퇴진을 기정사실화하자 그와 관련해 여염집 여인들 사이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들까지 쏟아지고 있다. 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박근혜 이름 석 자 대신 드라마 의 여주인공 길라임(吉裸恁)이 가명으로 사용됐다는데 ..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도전한 힐러리 클린턴의 꿈은 백인 남성들의 이해를 대변한 도널드 트럼프에 의해 좌절됐다. 클린턴은 고별사에서 여성이 ‘유리천장’을 깨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한탄하면서 장차 미국 소녀들 중에서 여성 대통령이 꼭 나오기를 바란다는 비원을 전했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나오기 힘든 여성 대통령이 4년 전 한국에서 나왔다. 유교의 영향으로 가부장적 색채가 짙고, 남성 중심적인 나라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왔다. 당시 필자는 여성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한국의 민주주의가 대단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근혜는 무슨 힘으로 대통령이 됐을까. 무엇보다 대통령이었던 아버지의 후광과 영남 지역주의가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의 “우리도 한번 기 펴고 살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