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8년 20대 후반의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유럽에서 쓴 텍스트 은 “프롤레타리아트가 잃을 것이라곤 족쇄뿐이요, 얻을 것은 세계이다. 만국의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로 끝을 맺고 있다(). 사회주의란 실험을 추동했던 선동적 텍스트의 말미는 도저한 낙관과 명령의 문장이다. 그 실험은 실패했다. 그들이 예측했던 “개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만인의 자유로운 발전의 조건이 되는 연합체”는 등장하지 않았다. 텍스트의 오류와 오독 그 두 과오의 공통분모는 정치권력의 생산과 재생산, 권력의 민주화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었다. 2015년 6월 한국의 진보정당 정의당 대표 경선에 30대 후반의 한 청년이 출마했다. 조성주다. 그의 출마선언문을 읽은 후 “근래 5년간 이토록 내공과 영혼이 담긴 연설문을 처음 보았다”고 평한 안..
내가 미친 걸까 아니면 다른 이들이 다 미친 것인가? 어제 대통령의 일상으로 복귀 명령에 따라 오랜만에 애국하는 심정으로 극장에 들렀다. 메르스 여파로 극장은 한산했다. 텅 빈 객석에서 를 보고 나왔지만 계속해서 첫 장면에서의 주인공 독백이 자꾸만 머리에 맴돈다. 최근 마치 ‘닥터 둠’처럼 가는 곳마다 다가오는 대붕괴를 언급하면서 급진적 전환을 외치고 다니는 나도 주인공과 같은 독백을 하곤 한다. 영화에서의 황폐한 디스토피아 풍경처럼 대한민국의 대붕괴가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토록 단단해보였던 기존 압축성장 시대의 경제, 정치, 사회의 모든 틀이, 심지어 지구 자체가 녹아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메르스, 저성장, 기후변화 등 이 모든 일련의 사건들은 기존 문명의 작동불가능을 시사한다. 영화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