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코!오랜만에 불러본다. 22년 전 런던에서 만났을 때를 기억하니? 영어 실력이 뛰어나던 너는 사려 깊고 다정했지. 귀국 후 연락이 끊겼지만 늘 고마운 사람으로 남아 있다.한동안 잊고 지내던 너를 다시 떠올린 건 한·일관계 때문이야. 최근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하며 ‘경제 전쟁’을 선포했다. 한국 정부도 상응 조치를 취하고, 시민들은 일본 상품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어. 아마도 너를 비롯해 대부분의 일본 시민은 지금 한국이 무엇에 분노하는지 잘 알지 못할 거야. 1965년 양국이 국교를 정상화하며 맺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과거사 문제는 마무리된 것 아닌가, 왜 뒤늦게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에 배상을 요구하는가 답답해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느 한국 어르신의 삶에 대해 들..
일본에서 공부하던 시절 이맘때쯤 신년회가 있었다. 예약한 중국집이 번화가에서 떨어진 곳이라 오후 5시45분에 전철역에서 모여 가기로 했다. 5시35분쯤 도착하니 개찰구 앞에 상당수가 있었고, 5시44분에 마지막 멤버까지 40여명이 모두 모였다. 당시 어느 변호사단체의 옵서버이기도 했다. 여름 총회에서 2년 임기 회장을 새로 뽑았다. 이날 이사진이 모여 2년치 이사회 날짜도 정했다. 수첩들을 펼쳐 약속이 없는 날짜를 맞춰 가는데, 다다음해 봄의 약속이 잡힌 사람이 여럿이었다. “조센진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그 시절 동네 술집 옆자리에서 들려온 얘기다. 나의 변변찮은 일본어를 알아채고 들으라고 하는 말이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역사와 정치를 시비하려는 것이었을 테다. 그리고 올해 한국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