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실장님의 까마득한 대학 후배로, 많은 부족함에도 모교에서 형사법을 가르치고 있는 ‘백면서생(白面書生)’입니다. 실장님의 이력, 대단합니다. 1960년 서울대 법대 3학년 재학 중 고시에 합격하여 1964년 검사가 된 후, 1979년 청와대 법률비서관을 거쳐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1988년, 1991년 연달아 역임했습니다. 보안사 세력과의 갈등으로 관운이 약해진 전두환 정권 시기를 빼고는, 박정희 정권 이후 지금까지 승승장구하였습니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후에도 요직을 거쳤고, 최근의 국정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여전한 신뢰를 받으며 사실상 ‘부통령’으로 국정운영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이 국무총리로 지명되었지만, 그는 실장님이 검찰총장 시절 평검사 아니었습니..
프랑스 왕 루이 필리프 밑에서 총리를 지낸 프랑수아 기조는 말했다. “스물에 공화파가 아닌 것은 심장이 없다는 증거이고, 서른에 공화파인 것은 머리가 없다는 증거이다.” 이 말은 프랑스 총리를 역임한 조르주 클레망소 등 여러 사람에 의해 사회주의자를 야유하는 말로 변형된다. “스무 살에 사회주의자가 아니면 심장이 없다는 증거이고, 서른 살에 사회주의자인 것은 머리가 없다는 증거다.” 이 말은 우리나라 보수인사들도 즐겨 사용하고 있다. “나도 스무 살 때는 그래봤다”는 경험론으로 사회 비판, 체제 비판에 대응하면서, 비판자들에 대하여 “아직도 철이 안 들었구나”라고 놀리는 것이다. 민주와 인권을 이야기하고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유토피아를 꿈꾸는 철부지 시절의 치기나 만용에 불과할까? 서른 이후부터는 정..
최근 미국 하버드대에서 “나도 하버드생이야”(I, too, am Harvard) 운동이 전개되어 미국 대학가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2학년생 기미코 마쓰다-로렌스는 일부 백인 학생들로부터 “글은 읽을 줄 아느냐?”라는 모욕을 받은 후 이 운동을 시작하였다. 하버드대의 흑인 학생들은 지적 능력이 모자라지만 ‘적극적 차별시정정책’(affirmative action) 덕에 입학했을 것이라는 편견에 항의하기 위함이었다. 이 정책은 대학 신입생 선발에서 역사적·사회적으로 소수자·약자였던 계급·계층·집단에 대하여 일정한 우대를 하는 것으로 1961년 케네디 대통령에 의해 실시되었고, 대학의 창의성과 다양성 강화 및 사회통합 신장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백인 상류층 등 주류집단 소속 학생이나 학부모 중 일부는 ‘역..
지난해 말 교황 프란치스코는 ‘교황 권고’에서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고 질타해 세계적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살인하지 말라”는 십계명이 인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규제였던 것처럼, 오늘날 사람을 죽이고 있는 배제와 불평등의 경제도 금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적 살인을 하지 말라”가 현대 사회의 새로운 십계명이라는 말씀이다. ‘경제적 살인’을 일삼는 ‘새로운 독재’ 체제의 정점에는 재벌이 있다. 이들은 최고·최강의 경제권력자들로 명실상부한 ‘사회귀족’이다. 생래적(生來的) 비교우위를 가지고 태어난 이들은 경제를 넘어 정치, 사회, 문화 모든 영역을 지배하고 있다. 1987년 6월항쟁으로 군사독재가 무너져 정치권력은 5년마다 바뀌지만, 경제권력의 ‘새로운 독재’는 변함이 없다. 너무 ..
우리 사회 구성원의 대부분은 노동을 하며 삶을 꾸려간다. 육체노동이건 지식노동이건, 블루칼라건 화이트칼라건. 고졸자건 대학생이건 대부분의 청년도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시민들은 ‘노동자’ 호칭을 꺼린다. 파업이 발생하면 불편해하거나 심지어 불온시하며 비난한다. 일전에 코레일 파업이 일어나자 정부와 보수언론은 ‘노동귀족’들이 돈 더 받으려고 파업한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은 개혁해야 한다. 공기업 노동자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질문 몇 개를 던져보자. 코레일의 적자는 노동자의 임금 탓이었나? 철도노동자가 19년 근속하여 평균 약 6300만원을 받으면 ‘귀족’이 되나? 바람직한 사회는 임금이 하향평준화되어 모든 노동자가 겨우 생계만 이어가는 ‘노동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