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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알고 싶어 한다.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검찰의 무자비한 수사와 ‘야권’에 대한 관대한 ‘선택적 수사’의 이유를. 그리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통령에 대한 ‘충심 발언’의 진의가 뭔지를. 윤 총장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전례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과 가깝다는’ 검찰 관계자가 ‘윤 총장의 의중’이라며 몇 가지 질의에 대한 답을 전해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11월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충심 발언 왜 나왔나.

“윤 총장은 2003년 대선자금 수사 당시 대통령 측근들이 문제가 생기면 (당사자를) 단호하게 쳐내기보다는 서로 보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읍참마속하기는 어렵다. 수사로 도려내는 것이 국가와 대통령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가족에 대한 먼지털기식 수사는 과도했지 않나. 

“윤 총장은 조 전 장관 지명 직후 축하전화까지 했다. ‘청문회 준비를 잘해야 한다’며 경험 많은 검사 실명까지 거론, 준비팀에 보내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지명 이후 제기된 의혹들은 통상적인 수준이 아니었다. 증거인멸 정황도 여러 건 있었다.”

- ‘김기현 경찰 수사’ 건은 2년 가까이 수사를 않다가 갑자기 재개했다.  

“지난 7월 울산지검이 경찰청에 첩보 출처를 물었다. 지난 10월 말쯤 ‘출처는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이며, 9차례 청와대 보고가 있었다’는 내용 등을 담은 자료가 왔다.” 

-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수사도 지난 2월 고발된 사건인데. 

“동부지검이 환경부 관련 수사로 여력이 없었다. 팀이 정비되고 과거에 없던 진술이 나와 본격적으로 수사를 하게 됐다.”

-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충돌사건 수사는 8개월째 답보상태 아닌가.

“검사 3명이 대상포진, 목디스크 등에 걸릴 정도로 강행군 중이다. 올해 말까지 기소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수사대상이 140여명에 달하고, 하나같이 불출석으로 맞서고 있다. 검사 10여명이 동영상을 분·초로 쪼개 볼 정도로 증거들을 촘촘히 보고 있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에 제기된 비리 의혹에 대해선 왜 강제수사를 하지 않나.

“사안이 조 전 장관과 다르다. 고발인 조사가 마무리되면서 증거자료를 수집·분석 중이다. 곧 후속 조치가 있을 것이다.”

검찰의 답변에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더 많다. 설득력 있는 해명이 아니라 변명으로 들리는 이유다. 우선 ‘윤석열 검찰’의 수사는 하나같이 현 정권을 향하고 있다. 여권은 검찰개혁을 막으려는 의도라며 틈만 나면 경고한다. 그때마다 검찰은 압수수색·기소·소환을 실시했다. ‘경고하면, 수사는 더 강해진다’는 엄포로 읽힐 정도다. 제기된 의혹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원이 내릴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 행태만 놓고 보면 윤 총장의 충심 발언과 모순적이다. 대통령을 위하기보다는 정권 존립 자체를 위협한다. 지지율 하락은 물론 국정동력도 약화시키고 있다. 야당의 대정부 공세 명분과 동력을 제공하는 단초도 된다. ‘빈대’를 잡는 것이 아니라 ‘초가삼간’ 전체를 태울 기세다. 

윤 총장이 “중립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탈탈’ 턴 조 전 장관 등 수사와 달리 패스트트랙, 나경원 의원 자녀 입시특혜 의혹 수사는 의도에 대한 의혹을 부른다. 나 의원 수사는 고발 3개월이 지나도록 압수수색 한 차례 없고, 부르지도 않는다. 검찰은 “사안이 다르다”고 했다. 선택적 정의에 따른 선택적 수사가 아닌가. 검찰은 ‘필요하면’ 수사 사실을 흘리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다. 검찰 아니면 알 수 없는 수사기밀들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다. 그럴수록 “이런 검찰을 더 두고 볼 수는 없다”는 인식은 확산된다.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검찰은 민주적 통제 장치인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 필요성을 소환한다. 

검찰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다. 윤 총장 충심 발언이 진심이라면, 검찰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런데 검찰이 내놓은 개혁안에는 매서운 자기 성찰이 없다. 부당한 내압, 상명하복 문화, 지휘부 입맛대로인 사건배당 시스템 등 낡은 관행들은 그대로 살아 있다. 그뿐인가. 청와대 감찰무마 수사를 하면서도 정작 비위검사의 감찰·수사를 무마한다. 내로남불의 극치다. 수사권 남용, 기소권 전횡 또한 여전하다. 지금 검찰에서는 정치권을 쥐고 흔들면서 자기 보호만 철저한 이기주의 집단의 모습만 엿보인다. 

윤 총장의 ‘충심’은 대통령이 아닌 국민을 향해야 한다. 국민 다수가 원하는 검찰개혁, 낡은 수사관행 개선에 대해 수긍할 답을 내고, 실천해야 한다. 검찰이 검찰다워지고, 국민 신뢰를 얻는 것은 그 길밖엔 없는 것 같다.

<김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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