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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축제이고 민주주의의 꽃이다. 선거시기에는 우리 삶의 미래에 대한 수많은 약속이 펼쳐진다. 또한 정책과 공약이란 꽃을 들고 나온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에게 구체적인 미래의 풍경을 보여준다. 시민들은 각 후보진영이 제시하는 가장 행복한 청사진을 보고, 마침내 투표를 하게 된다. 많은 시민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한 후보는 자신의 정책과 공약을 잘 실현하여 모두가 행복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 이런 동화 같은 순진한 선거는 없다. 현재의 선거는 온갖 첨단 선거공학, 정치공학이 동원되고, 심지어 기후와 투표장 교통 등 당선과 관련된 모든 정보들이 고려되는 복잡하고 치열한 싸움의 과정이 되어 있다. 또한 정당하고 긍정적인 방법의 승리가 어려우면 네거티브 전략과 더불어 불법에 대한 유혹을 받기도 한다. 선거와 무관한 후보자의 사생활 파헤치기부터 거짓정보와 중상모략에 의해 선거 자체가 막장 드라마가 되기도 한다. 지지자들의 투표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만 된다면 무엇이든 물고 늘어지는 이 한판의 선거싸움은 최악의 경우 상대방을 저주하는 말싸움 대회처럼 되어버리기도 한다. 축제일 줄 알았던 선거가 네거티브로 인해 실망과 충격을 안겨준다면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가? 실제로 상대 후보의 집안 문제, 사적 취향 문제 등을 포함해 후보자의 정체성에 관한 네거티브 전략이 시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정치심리학의 답은 현재 논쟁 중이긴 하다. 하지만 럿거스대학의 리처드 라우 교수팀은 1990년대~2000년대 초까지 여러 선거에서 네거티브를 주전략으로 쓴 후보자들의 선거를 조사한 결과, 그들 대부분은 낙선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몇 지역 유권자와의 심층 인터뷰에서는 후보자의 부정적 정보를 알게 되어 심리적 충격을 받았으나, 그 이슈 때문에 투표할 후보를 바꾸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인지과학적 측면에서 네거티브 이슈가 후보자들의 공약보다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하여, 네거티브 전략은 정책 선거에 가장 방해가 되는 요인이라고 했다. 더구나 그 전략 안에 심각한 불법이 포함되었다면, 선거 후의 정치질서가 교란되어 정치시스템 자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또 네거티브 전략이 선거전의 대부분을 차지할 경우 이를 관망하는 시민들은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연구와 정치’라는 저널에서, 리엄 멀로이 등 저자들은 부정적 홍보에 노출된 시민들은 상대방 진영의 후보 및 지지자들에게 더 분노하였고, 선거과정에서 훨씬 높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지역사회의 혐오 범죄나 폭력, 집 안에서의 TV 및 기물 파손과 같은 공격적 행동이 늘었다는 보고도 있다고 한다.

그러면 후보자들은 선거전략을 왜 네거티브로 결정하거나 전환할까? 이 주제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지만, 네바다대학의 데이비드 다모어 교수는 어떤 방식으로든 투표율에 영향을 미치거나, 어젠다를 빼앗긴 상황에서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지 못할 때, 자신이 당선되어야만 한다는 지나친 자기애나 집착, 전능적 환상 영향 탓이라고 했다. 미국 정치심리학자들은 2012년 선거에 이어 2016년 선거에서도 과거보다 네거티브 광고가 늘어나면서 공약 없는, 비방과 중상모략의 선거전략에 깊은 우려를 정치권에 표한 바 있다고 한다. 독일은 2016년 총선을 치르며 선거에 사용된 거짓 정보와 차별적인 발언의 심각성 때문에 2017년 일명 ‘가짜뉴스와 혐오발언 방지법’을 제정했고 엄청난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한다. 선거과정에서 오직 집권과 당선을 위해 자신의 품위를 버리고 상대 후보를 비방, 음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정치적 공해이고 유권자들에게는 심리적 학대다. 거기다 선거운동원들에 의해 소셜미디어로 온갖 유언비어가 퍼날라져 순간순간 불안과 짜증을 동시에 견뎌내야 하는 것도 고된 정서적 노동이다. 혹시 그조차도 일부 세력들의 전략일까? 집권을 위해 투표율이 낮아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목표는 정치의 희화화, 정치의 혐오화라고 하니까 말이다.

멀로이는 연구결과상 긍정 전략이 더 좋은 결과를 낳는다고 단언한다. 정치로 국민을 치유하려면, 네거티브의 유혹을 이기고, 최대한 긍정적이고 구체적인 미래를 시민과 함께 의논하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라고 한다.

<김현수 |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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