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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이하 슈스케)가 부활했다. 아닌 게 아니라 2009년 첫선을 보인 뒤 줄곧 내리막길이었다. 한때 20%대까지 올랐던 시청률은 지난해 평균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심사위원들의 독설도, 참가자들의 도전도 더 이상 신선하지 않았다. 그런 <슈스케>가 다시 제자리를 잡은 것이다. 오늘 결승전이 치러진다. 마지막 무대에 오를 주인공은 마성의 저음 곽진언과 고드름 보컬 김필. 원조 오디션 프로그램의 명성을 되찾기까지 <슈스케>가 그려낸 굴곡에는 정치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서바이벌, 승자독식, 성공신화… ‘슈스케 정치학’이다.

우선 국민들은 진짜 스타를 원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슈스케>는 심사위원 점수와 시청자 문자투표로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슈스케>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명확하게 차별되는 부분은 ‘팬심’이 가미된다는 것이다. <슈스케>가 6년 동안 선택한 우승자 면면을 보면 팬심의 방향이 가늠된다. 그저 노래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올해 <슈스케>는 일주일 전 준결승전이 여실히 입증했다. 사회복무요원 임도혁은 탁월한 가창력을 지녔다. 노래 실력만 견주면 곽진언과 김필은 임도혁을 압도하지 못했다. 그러나 결승 상대는 곽진언과 김필이다. 곽진언은 음악을 위해 초·중·고 교육을 홈스쿨링으로 마쳤다. 김필은 클럽에서 일당 5만원을 받으며 노래했던 무명가수다. 또 곽진언은 고음만 통한다는 오디션에서 저음 하나로 승부했다. 프로듀싱 천재로 불릴 정도로 편곡 실력을 갖췄다. 김필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걸맞지 않은 마이너 곡만 불렀다.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곡을 ‘자기화’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시청자들은 심사위원 점수 1위를 차지한 노래‘만’ 잘하는 임도혁보다 감동, 스토리, 개성을 겸비한 곽진언과 김필에게 열광했다.

정치판으로 돌아와보자. 진짜 스타가 있나. 여든 야든 진짜 스타가 탄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줄 수 있나. 회의적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만 보더라도 그렇다. 10여년째 반복된 레퍼토리(친노 대 비노 갈등)는 여전하고, 무대 주인공도 그 얼굴이 그 얼굴(전대 후보군)이다. 수권 가능성에도 확신을 주지 못한다. 감동, 스토리, 개성이 없다는 말이다. 당은 어떤가. 내부에서 스타를 길러낼 수도 없고, 또 누군가가 스타가 되는 과정을 관리 안 한 지 오래다. 우여곡절 끝에 스타가 탄생해도 흔들고 흠집 내기 바쁘다.

감동, 스토리, 개성이 없는 현 새민련의 모습 (출처 : 경향DB)


당심(심사위원 점수)과 민심(시청자 문자투표)의 괴리는 또 어쩔 건가. 당심은 선명성(가창력)을 선호하지만 민심은 ‘선명성+α’(감동, 스토리, 개성)를 우선시한다. 요즘 웬만한 국민들은 ‘귀 명창’(정치 전문가) 수준이다. 그런데도 심사위원들(정치인)만 전문가인 척한다. 엘리트주의는 공천 과정에서 극대화된다. 물론 민심이라고 다 옳은 것은 아니다. 어느 때는 진짜 노래 잘하는 가수보다 잘생기고 말끔한 스타에게만 열광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밤늦게까지 휴대전화를 누르는 이 열성 음악소비층은 정치화된 지지층과 유사하다. 새정치연합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때 되면 몰려와서 맘에 드는 후보를 뽑아놓고 사라져버리니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당심과 민심 간 괴리는 정당(프로그램)의 운명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적어도 새정치연합에선 이 괴리가 평시엔 계파 정치를 고착화하고 전시엔 번번이 패배를 불러온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로 <슈스케>는 3개월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곽진언과 김필은 승자와 패자로 갈려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된다. 이제 서바이벌, 승자독식, 성공신화의 진짜 스토리를 써야 한다. <슈스케>는 이들을 진정한 스타로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승리는 키우고 패배는 다독여야 한다. <슈스케>가 공정 사회에 대한 열망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의 도전과 눈물은 상금 ‘5억원’이라는 거대 자본에 묻혀 사라져버린다. 정치는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구혜영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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