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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가 원자력발전의 아킬레스건인 사용후핵연료 저장 및 최종처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이로프로세싱(파이로)과 소듐냉각 고속로(고속로)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지난 7월25일 원자력진흥위원회는 미래부의 ‘미래 원자력시스템 기술개발 및 실증 추진전략’을 심의 확정했다. 사용후핵연료 부피 및 독성 저감을 위해 건식 재처리기술인 파이로와 고속로를 ‘미래 원자력시스템’으로 명명하고 실증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미래부의 파이로·고속로 연계 시스템은 천문학적 규모의 비용이 드는 반면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가 미미하거나 불확실하고 처리과정에서 새로운 방사성물질을 발생시켜 방사능 누출에 대한 우려를 일으킨다. 관련 기술을 개발한 미국에서조차 이미 1990년대에 실질적으로 연구 지원을 중단한 ‘과거 원자력시스템’이다. 필자는 지난 8월25일 국회 토론회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한 바 있다.

필자의 이 같은 견해를 보도한 국내 언론에 대해 미래부는 최근 정책브리핑을 통해 해명 자료를 냈다. 미래부는 파이로가 ‘제2의 4대강’ ‘돈 먹는 하마’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또한 미래부는 “국내 파이로 연구와 한·미 공동연구를 통해 사용후핵연료 부피·독성 저감기술이 입증될 경우 국내의 고준위폐기물 발생량, 처분면적 및 관리기간 축소가 가능할 것”이라며 “현재는 파이로의 타당성 입증에 주력하고 있으며, 파이로 연구개발 내용과 결과는 정기적인 보고와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부의 해명대로라면 2020년 한·미 공동연구 결과에서 기술성·경제성·핵비확산성이 입증될 경우에만 파이로·고속로의 기술실증에 들어갈 수 있다. 그렇다면 2020년 한·미 공동연구 결과에 좌우되는 사안에 대해 왜 미래부는 파이로·고속로를 국가정책으로 정해놓고 연간 700억원의 예산을 지난 10년간 쏟아부었는지, 또 내년부터 시행될 제5차 원자력중장기계획에서는 더 많은 예산을 쏟아넣으려 하고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 또한 파이로가 ‘제2의 4대강’ ‘돈 먹는 하마’라는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만 할 게 아니라 파이로·고속로의 실증 및 상용화에 드는 예산이 얼마인지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미래부는 국내 파이로 연구와 한·미 공동연구를 통해 사용후핵연료 부피·독성 저감기술이 입증될 경우 국내의 고준위폐기물 발생량, 처분면적 및 관리기간 축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미래 원자력시스템 구현 시 방사성 독성은 1000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고준위폐기물처분장 면적은 100분의 1로 대폭 축소 가능”하다고 언론을 통해 수년 동안 국민들에게 선전해온 것은 대국민 사기인가.

지난해 4월 개정된 새로운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파이로의 앞 단계, 즉 세라믹 형태인 경수로 사용후핵연료를 금속으로 전환하는 실험이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수행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는 고독성의 세슘뿐 아니라 기체성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이들 방사성물질을 100% 포집해 안전하게 보관하여 최종처분장이 운영될 때까지 장기간 연구원 부지 내에서 보관해야 한다. 이들 방사성물질은 높은 독성으로 인해 경주 처분장에 처분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주변 지역주민이 방사능 누출을 우려하는 이유다.

고속로가 국가 중요 연구테마가 된 것이 1990년대 중반, 파이로는 2007년 이후다. 그동안 이 같은 과거형 원자력시스템 연구에 들어간 혈세가 수천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앞뒤 안 맞는 해명 자료로 사실관계를 호도하려 하지 말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역과 방사능 안전대책을 내놓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정민 미국 천연자연보호위원회 (NRDC)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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